그리스가 한국에 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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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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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모든 기록서 앞서질식 당한 ‘질식 수비’1만1401m 달린 염기훈 등… 한국, 5명이 1만m 넘게 뛰어공격루트도 고른 분포… 그리스는 왼쪽 62% 쏠려

‘10만8831m vs 10만5612m.’

12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B조 1차전에서 한국과 그리스 선수들이 뛴 총거리 비교다. 교체 선수를 포함해 한국 선수 14명이 인저리타임까지 92분 18초간 뛴 거리가 그리스 선수들에 비해 3219m 많았다.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이 “우리 선수들은 어디 서 있어야 할지도 몰랐다”며 분개한 이유다.

○ 한국 체력 짱

한국은 모든 면에서 그리스를 압도했다. 염기훈(수원)은 1만1401m로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많이 뛰었다. 이청용(볼턴) 1만984m, 김정우(성남) 1만949m,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만844m, 차두리(프라이부르크) 1만341m로 한국 선수는 5명이 1만 m 이상을 달렸다. 반면 그리스는 알렉산드로스 지올리스(1만762m·시에나)와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1만719m·파나티나이코스)가 1만 m를 넘겼다. 한국이 체력적으로 완벽하게 앞섰다는 얘기다.

허정무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줄곧 한국대표팀 피지컬트레이너 역할을 하는 라이몬트 페르헤이연 씨와 함께 이날 경기에 초점을 맞춘 과학적 훈련을 시켰다. 훈련의 강도를 조절해 12일 최상의 전력을 내는 프로그램이 큰 효험을 발휘한 셈이다.

○ 다양한 공격 루트


공격 루트도 한국이 다양했다. 한국은 왼쪽 47%, 중앙 20%, 오른쪽 33%로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하지만 그리스는 왼쪽이 62%, 중앙 13%, 오른쪽 25%로 지나치게 왼쪽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요르고스 사마라스(셀틱) 쪽으로만 패스가 이어졌고 한국은 이런 그리스의 단조로운 공격 패턴을 잘 끊었다. 그리스는 미드필드에서 한국에 밀리다 보니 긴 패스에 의존했다. 긴 패스가 133개로 한국(112개)보다 21개나 많았다. 이 중 54개만 이어졌고 나머지는 한국 미드필더와 수비수에게 차단당했다. 볼 점유율이 50% 대 50%로 같고 패스 성공률에서는 한국이 67%로 그리스(68%)에 근소하게 뒤졌지만 체력의 우위와 그리스의 단조로운 공격 패턴을 잘 막은 게 2-0 완승의 배경인 셈이다.

한국은 18개의 슛을 날려 2골을 넣었다. 반면 그리스는 전후반을 통틀어 슈팅이 고작 6개에 그쳤을 만큼 한국의 수비에 완벽하게 막혔다.

○ 레하겔 감독 용병술의 실패?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한마디로 한국의 일방적인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미드필드부터 상대 공격을 잘 차단했다. 차단한 뒤 재빠르게 이어진 역습도 돋보였다. 포백 수비라인은 간격을 짧게 잘 유지했고 중앙 미드필더 김정우와 기성용은 공격과 수비를 잘 조율했다. 박주영은 상대 수비를 잘 흔들었다. 그리스는 이런 한국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한 위원은 “레하겔 감독이 20세의 신예 미드필더 소티리스 니니스를 끝까지 투입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젊은 선수보다는 노장에게 지나치게 의존한 것 같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노쇠한 그리스를 잘 요리했다”고 말했다.

포트엘리자베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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