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남장현기자의 월드컵 캠프 핫이슈] 대표팀이 풀어야할 세가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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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1일 1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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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 스포츠동아 DB
허정무 감독. 스포츠동아 DB
“제대로 풀린 게 없다.”

대표팀 허정무 감독이 0-1로 패한 30일(이하 한국시간) 벨라루스와의 평가전 뒤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멤버 기용은 그렇다 쳐도 미끄러운 잔디는 물론 내용도 전혀 만족할 수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 그간 허정무호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총체적으로 문제점만 고스란히 노출했다.‘가상의 그리스전’이란 점에서 더욱 뼈아팠다. “우리 실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캡틴 박지성의 말은 별개의 문제다.

허정무호에게 남은 평가전 스케줄은 4일 인스부르크 티볼리노이에서 열릴 스페인과 대결 뿐.

현 시점에서 대표팀이 풀어야 할 과제를 집중 분석했다.

● 맞춰라! 수비궁합… 최적의 수비 조합을 찾아라


매끄럽지 못했다. 베스트 구성은 아니었지만 내내 실망스러웠다.

풀타임을 소화한 중앙 수비수 조용형은 “의도한대로 풀어나갈 수 없었다.유기적인 호흡도, (타 포지션과의) 연계 플레이도 이뤄진 게 없었다”고 했다. 조용형은 곽태휘와 스타팅으로 나섰지만 점검은 30분을 갓 넘기는데 그쳤다. 예상치 못한 곽태휘의 부상은 ‘조화’라는 또 다른 숙제만 안겼다.

곽태휘가 빠진 뒤 조용형과 이정수가 포백 라인의 중심에 섰으나 손발이 맞지 않았다. 후반 7분 세르게이 키슬약에게 결승골에 내주기에 앞서 벨라루스 측면 날개 안톤 푸틸로의 크로스가 연결될 때 수비진은 멍하게 바라만 봤다. 뒷공간도 쉽게 내줬고, 상대 공격수가 파고들 때 적절한 커버도 들어가지 못했다. 허 감독은 “미드필드가 제대로 끊어주지 못해 수비가 역할을 못했다”고 평가했다.

안정성을 내세운 조용형과 탁월한 판단력 및 큰 키(185cm)를 무기로 하는 이정수는 월드컵에서 선발 출전이 유력한 센터백 자원이란 점에서 코칭스태프의 고민도 크다.

● 찾아라! 주영의 짝… 공격진 해법 찾기


‘캡틴’ 박지성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허정무호다. 박지성이 잘하면 모든 게 좋고, 박지성이 부진하면 결과부터 내용까지 좋지 못하다.

보다 다양한 공격루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벨라루스전에서 90분 간 허정무호는 골문 앞으로 연결된 유효 슛을 단 3차례만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투톱 중 한 자리를 일찌감치 ‘찜’한 박주영의 플레이는 크게 부족하지 않았지만 뒤를 받칠만한 이가 눈에 띄지 않는다. 이근호는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때 보여준 탁월한 득점 감각을 잇지 못하고 있다. 박지성을 대신해 왼 측면에 배치됐던 염기훈도, 안정환도 몸놀림이 다소 둔했다.

이동국과 경쟁 중인 이승렬은 경험 부족을 절감했다.

허 감독과 정해성 수석코치는 수시로 벤치 밖으로 나와 전진할 것을 종용했지만 중앙 미드필더 신형민의 잦은 패스미스와 ‘측면→크로스’란 뻔한 공식으로 장신 수비벽을 뚫는데 실패했다.

기성용의 떨어진 감각도 큰 문제다. 국내 소집부터 꾸준히 프리킥 연습을 했으나 날카로움은 전혀 없었다. 3월 영국 런던에서 있은 코트디부아르 평가전부터 기성용의 ‘감각 부족’이 도마에 올랐다. 여전히 부족한 느낌은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전반 14분 박주영이 얻어낸 아크 왼쪽 부근에서의 프리킥 찬스를 허공에 높이 띄운 장면은 두고두고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성용은 확실한 주전이므로 더욱 분발이 요구된다.

● 키워라! 고지 면역… 고지대 적응

선수들의 체감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고지대는 남아공 무대에서 반드시 극복할 부분이다. 아르헨티나와 조별예선 2차전이 열릴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는 해발 1753m나 된다.

대표팀은 파주NFC에 산소방을 설치하고, 1200m 고지에 차린 오스트리아 전훈 캠프에선 휴대용 산소마스크까지 따로 준비해 휴식 시간마다 활용, 고지대에 대한 간접 체험을 하고 있으나 막상 필드를 뛰어보니 아직 100%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청용은 “고지대가 생각보다 어렵다. 선배들이 ‘고지대 훈련은 일주일이 가장 힘들다’고 했는데 지금이 딱 그렇다”며 고개를 저었다. 염기훈도 “동료들도 나도 고지대 적응이 어려웠다”고 혀를 내둘렀다. 평소 강철 체력을 자랑해온 차두리마저 “호흡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나마 허정무호가 아시아 지역예선 당시 해발 1273m 위치한 이란 테헤란 원정을 통해 어느 정도 고지대에 대한 면역력을 갖고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로 삼을 만 하다.

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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