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그녀, 코트 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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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佛오픈 출전 日 다테, 2회전 올라

불혹의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했을까.

일본의 노장 테니스 스타 다테 크럼 기미코(40). 코트에서는 이미 황혼기도 지났지만 테니스를 향한 열정은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세계 랭킹 72위 다테는 2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1회전에서 종아리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세계 9위로 열여섯 살이나 어린 디나라 사피나(24·러시아)를 2-1로 꺾었다. 이로써 다테는 14년 만에 출전한 이 대회에서 역대 여자부 사상 두 번째로 많은 나이에 승리를 따내는 감격을 누렸다. 최고령 기록 보유자인 1985년 버지니아 웨이드는 다테보다 2개월 반이 많았을 뿐이다.

다테는 이번 대회 출전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출전 선수 128명 가운데 21명은 다테가 프랑스오픈에 데뷔한 1989년에 태어나지도 않았다.

1994년 세계 랭킹 4위까지 오르며 아시아 최고로 이름을 날린 다테는 1996년 은퇴를 선언했다. 고된 훈련과 승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기 때문이었다. 2001년 카레이서 출신 남편 미하엘 크럼 씨(독일)와 결혼한 뒤 2004년 런던 마라톤에 도전하는가 하면 TV 해설가로 활동했다. 너무 일찍 운동을 관뒀기에 테니스를 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는 남편의 권유로 그는 2008년 5월 코트에 돌아왔다. 은퇴 후 12년이나 흘렀지만 남다른 자기 관리 속에 경기를 즐기면서 오히려 결과가 좋았다.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한솔코리아오픈에서 여자프로 테니스 사상 두 번째 최고령으로 우승하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다리 통증으로 기권까지 떠올리다 끝내 포기하지 않은 다테는 “다시 메이저 대회에서 뛸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조차 안했는데 이겼다”며 기뻐했다. 아내의 재기를 거든 남편 크럼 씨는 “오늘 승리는 그랜드슬램 우승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13위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도 2회전에 합류했다. 남자 단식에서 세계 2위 라파엘 나달(스페인)도 1회전을 통과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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