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오스트리아 리포트] 그리스 아지트 뚫고보니…적들은 수영장서 선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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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6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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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축구대표팀이 통째로 빌려 쓰고 있다는 바트 라가츠의 한 호텔 별관.
그리스 축구대표팀이 통째로 빌려 쓰고 있다는 바트 라가츠의 한 호텔 별관.
호텔직원들 “모른다” “아니다” 경계 눈빛
투숙객 귀띔으로 수영장의 망중한 목격
폐쇄적 성향 탓 레하겔감독 인기는 별로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스위스 바트 라가츠에 위치한 그리스대표팀 캠프는 ‘철통 경계’ 상태였다. 지나칠 정도였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었지만, 예상치를 훨씬 벗어났다. 물론 월드컵을 앞둔 모든 국가가 마찬가지일 터. 한국도 외국 기자에게 호락호락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이해할 만도 했다.

그래도 호텔 직원들의 불친절은 피를 끓게 했다.

호텔 직원에게 “여기가 그리스 선수들이 묵는 곳이냐”고 물으면 모두가 “모른다”와 “아니다”라는 영양가 없는 답변을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었다. 한 직원은 마치 자신이 그리스 대표팀의 스태프라도 된 듯 눈을 부릅뜨고 “어떤 정보(Info)도 줄 수 없다”고 큰 소리쳤다.

역설적이지만 이 덕분에 어떤 호텔인지 확인한 것도 사실이었다.

선수들은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는 듯 했다. 기상 시간은 오전 10시. 점심 식사도 한국 대표팀처럼 짜여진 게 아니라 모두 자율적으로 이뤄졌다. 오토 레하겔 감독과의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리스대표팀을 관리하는 현지 에이전시 관계자는 “어떻게 우리 호텔을 찾았는지 모르겠지만 레하겔 감독은 영상 분석을 하느라 다른 기자들을 만날 시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 탓인지 스위스 전훈캠프를 찾은 20명 남짓한 그리스 취재진에게 레하겔 감독은 별로 인기가 없었다. 자신을 프리랜서라고 소개한 한 여기자는 “(레하겔 감독이) 그리스 축구를 한 단계 끌어올린 영웅임은 틀림없음에도 지나치게 폐쇄적인 성향 탓에 호응도는 높지 않다”고 귀띔했다.

호텔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애완견과 함께 호텔 근처 공원을 산보하던 중년 여성이 “호텔 뒤 수영장에서 그리스 선수들이 놀고 있다”고 알려줬다. 정말 선탠을 하며 망중한을 즐기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듯 선수들은 비교적 편안해 보였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자전거를 타는 여유로운 오후시간을 만끽했고, 호텔 로비와 커피숍 등 곳곳에서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활짝 웃는 모습들도 자주 목격됐다.

레하겔 감독과 인터뷰를 갖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리스 캠프의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바트 라가츠(스위스)|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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