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형종 ‘항명 속죄’ 강속구

프로 첫 등판서 승리투… 팀 5연패 끊어
김재현 홈런 두방… SK, 두산 5연승 막아

SK 김재현(오른쪽)이 0-2로 뒤지던 6회말 1사에서 두산 선발 김선우를 상대로 솔로포를 터뜨린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김재현은 홈런 2개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4타점으로 활약하며 6-4 승리를 이끌었다. 인천=연합뉴스

감독은 선수를 나무라지 않았다. 용서를 빌러 온 제자에게 호통을 치는 대신 등을 다독거렸다. 어린 가슴에 자리 잡은 앙심은 투혼으로 변했고 더 많은 땀을 흘리게 했다.

LG 이형종(20)이 프로 첫 등판에서 속죄의 승리로 팀의 5연패를 끊었다. LG는 16일 잠실에서 롯데를 15-2로 꺾고 전날 4-13 패배를 되갚았다. LG 타선은 홈런 3개를 포함해 장단 16안타를 터뜨리며 3년차 신인의 데뷔 무대를 도와줬다. 이형종은 최고 시속 152km의 직구를 앞세워 삼진 2개를 잡아내며 5이닝을 5안타 2실점으로 막았다.

서울고 3학년 때인 2007년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광주일고와의 결승에서 끝내기 안타를 맞고 마운드에서 눈물을 쏟아 화제를 모았던 이형종은 그해 1차 지명으로 계약금 4억3000만 원을 받고 LG에 입단했지만 지난 2시즌 동안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프로 입단 후 오른 팔꿈치 수술을 한 뒤 재활과 2군 등판을 반복했다. 올 시범 경기에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되자 자신의 미니홈피에 “(감독) 너랑 싸움하고 싶다”는 글을 써 파문을 일으켰다. LG 박종훈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승리도 기쁘지만 이형종이라는 좋은 투수를 얻어 더 기쁘다”며 웃었다. 이형종은 “그동안 팬들과 동료들, 감독님께 폐를 끼쳤는데 이것으로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SK는 문학에서 5연승을 노리던 두산을 6-4로 이기고 2연패에서 탈출했다. SK는 7회초까지 두산에 홈런 3개를 내주며 1-4로 뒤졌지만 7회말 박재홍의 솔로 홈런과 김재현의 3점 홈런으로 4점을 뽑아 단숨에 승부를 뒤집은 뒤 리드를 지켰다.

한화는 대전에서 KIA를 6-1로 누르고 2연승을 달렸다. 최근 6경기에서 5승 1패의 상승세다. 한화 선발 류현진은 7이닝을 4안타 1실점으로 막고 6승(2패)째를 거뒀다. 6위 넥센은 목동에서 삼성을 9-8로 꺾고 5위 롯데와의 승차를 0.5경기로 좁혔다.

이날 문학구장은 3경기 연속, 잠실과 대전은 2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올해 프로야구 관중은 161경기에 198만9698명(평균 1만2358명)이 입장해 지난해 같은 경기 수와 비교해 8% 늘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