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든 안나푸르나 눈…박영석 정상향해 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3일 03시 00분


12일 새벽 전진캠프 떠나… 15일 정상 밟을듯

“눈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계속 쏟아지는 눈으로 정상 공격 시점을 잡지 못했던 박영석 대장(47·골드윈코리아 이사·사진)의 안나푸르나(8091m) 남벽 원정대가 12일 오전 6시(현지 시간) 5125m 지점에 있는 전진 캠프를 출발해 마침내 산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박 대장은 출발에 앞서 위성전화를 통해 출발 사실을 서울 사무실에 알렸다.

3월 12일 선발대 출발로 시작된 이번 남벽 원정은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새로운 상황들로 계획이 계속 어그러졌다. 본격적인 남벽 등반을 앞두고 7400m 높이의 안나푸르나 동쪽 능선까지 새 루트를 내며 고소 적응 훈련을 할 계획이었지만 동릉 쪽 빙폭(아이스폴)이 수시로 무너져 계획을 수정했다. 그 대신 1970년 영국 원정대가 낸 남벽 초등 코스를 7000여 m 높이까지 등반하며 고소 적응 훈련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6200m 높이까지 고도를 높이며 훈련하다가 강기석 대원이 낙석에 맞아 오른 무릎 슬개골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강 대원은 지난달 30일 귀국해 현재 국내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날씨 변화가 심해 박 대장은 고소 적응 훈련을 일찍 마감하고 베이스캠프(4250m)에서 대기하며 등반 시기만을 기다려 왔다.

이번 등정은 알파인 방식으로 하며 성공하면 8000m급 봉우리를 대상으론 국내에서 처음이다. 이 방식은 가이드나 짐꾼 없이 등반에 필요한 모든 식량과 장비를 대원들이 직접 짊어지며 고정 로프, 산소통을 사용하지 않는 고난도 등반 방식이다.

정상 도전에는 박 대장, 진재창 부대장, 신동민 대원 등 3명이 나섰다. 각각 12∼15kg 무게의 배낭을 꾸렸다.

계획대로라면 대원들은 6400m, 7000m, 7500m 지점에서 한 번씩 침낭을 이용해 새우잠을 자며 비바크를 한 뒤 15일 새벽 안나푸르나 정상을 밟게 된다. 정상을 밟은 뒤엔 반대편인 북면으로 하산한다는 계획. 남벽으로 안나푸르나 정상을 밟아 반대편으로 하산한 사례는 아직 없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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