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장은 기본…‘몰카’ 찍는 대표팀 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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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1일 07시 00분


대표팀의 ‘눈’ 상대국 분석을 전담하고 있는 김세윤 비디오 분석관은 대표팀이 큰 일을 낼 것 같다며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대표팀의 ‘눈’ 상대국 분석을 전담하고 있는 김세윤 비디오 분석관은 대표팀이 큰 일을 낼 것 같다며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대표팀에 항상 큰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는 스태프가 있다. 그 안에는 카메라와 노트북, 삼각대, 외장하드, DVD 레코더, CD 등 각종 장비가 들어있다. 무게만 약 20kg정도.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이 활용하게 될 각종 분석 자료를 책임지고 있는 김세윤(44) 씨가 바로 이 배낭의 주인공이다.

축구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축구가 좋아 축구 자료 분석과 인연을 맺어 월드컵 무대에 나서게 됐다. 그의 역할은 한국대표팀뿐 아니라 상대국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등 3개국의 각종 경기력 정보를 수집해 코칭스태프에 전달하는 것.

월드컵을 한 달 앞두고 한국의 원정 월드컵 첫 16강 진출에 일조하겠다는 일념으로 마무리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월드컵 상대국 찾아 ‘월드 투어’

항공 마일리지만 헉! 30만 마일

도둑촬영·숨어찍기 방법 안가려

한국 좋은성적 낸다면야 다 OK

●아프리카? 유럽? 어딘들 못가랴


허정무 사단 합류 이후 그는 엄청나게 돌아다녔다. 월드컵 예선에서 상대할 국가에서부터 본선 상대국이 결정된 이후에는 아프리카, 유럽 등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상대국 비디오 촬영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결과 대표팀에 합류해 쌓은 항공사 마일리지만 무려 30만 마일이 넘는다. 마일리지 적립이 안 되는 항공을 이용한 경우도 있으니 이보다 더 많은 거리를 이동했다.

상대국의 정보 보안 때문에 때로는 변장을 해야 촬영이 가능했다. 촬영이 불가능해 경기장 밖 높은 곳을 찾아 카메라를 설치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워낙 경비가 삼엄한 곳에서는 촬영에 실패해 빈손으로 돌아온 적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모은 자료를 편집한 영상과 전체 영상을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한다. 이는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의 전술 미팅에 사용된다.

이밖에 대표팀 훈련 장면이나 경기 화면 등도 촬영 대상이다. 이는 코칭스태프가 경기나 훈련 뒤 선수들의 장단점 그리고 훈련 성과 등을 파악하는 기본 자료가 된다.

●비공개 경기는 없다(?)

그에게 비공개 경기는 없다.

무조건 정보를 가져오는 게 그의 임무. 그렇다보니 위험한 상황도 여러 번 맞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보를 얻기 위해 일찌감치 경기장에 숨어 들어갔다. 밖에서 안이 잘 안 보이는 방을 사전에 알아내 비밀 촬영을 했다.

올해 초 열린 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서 나이지리아의 경기를 보기 위해 앙골라 경찰과 싸움도 했다. 관중이 워낙 많아 경기 시작 5분전까지 입장이 되질 않아 그는 한국 스타일로 큰소리를 치며 경찰 장벽을 뚫었다.

“아프리카에서도 한국 스타일이 통했어요.”

그가 정보를 구하는 곳은 인터넷이다. 촬영에 실패했을 때는 협회 기술교육국과 협의를 통해 인터넷 등으로 경기 녹화 파일을 찾아 DVD로 만들어낸다. 인터넷으로 구하기 힘든 자료는 한국 공관이나 상사 주재원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단다. 그 덕분에 필요한 정보는 대부분 수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피지기 백전불패

김 분석관은 이미 남아공월드컵에서 우리가 상대해야하는 3개국 자료 분석을 대부분 마쳤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경우 감독이 교체되면서 변화가 생길 수 있어 가장 최근 자료를 구해서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온 탓인지 그는 상대국 정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리스는 경기 템포가 느리고 ,나이지리아도 수비에 약점이 있어요”라고 간단하게 느낀 점을 말했지만 자세한 전력분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난 정보를 모으는 역할을 할 뿐 정확한 분석은 코칭스태프의 역할”이라며 그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진 않았다.

김 분석관은 “왠지 선수들이 이번 월드컵에서도 큰일을 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일이 힘들지만 그런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좀 더 좋은 정보를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대한 돕겠습니다”며 웃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사진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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