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로 10,500km… “산소같은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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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3일 22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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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개월간 아프리카 10개국을 자전거로 여행한 27세 동갑내기 이성종(오른쪽) 손지현 씨 부부가 아프리카의 한 마을을 지나고 있다. 낯선 현지인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경우가 많은 여행에서 밝고 외향적인 손 씨의 성격은 큰 도움이 됐다. 사진 제공 이성종 씨
지난해 6개월간 아프리카 10개국을 자전거로 여행한 27세 동갑내기 이성종(오른쪽) 손지현 씨 부부가 아프리카의 한 마을을 지나고 있다. 낯선 현지인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경우가 많은 여행에서 밝고 외향적인 손 씨의 성격은 큰 도움이 됐다. 사진 제공 이성종 씨
경기 고양시에 사는 27세 동갑내기 부부 이성종, 손지현 씨는 2007년 6월~2008년 7월 호주와 뉴질랜드를, 2009년 3월~10월 아프리카 10개국을 자전거로 여행했다. 두 바퀴로 달린 거리가 대략 1만500km에 이른다. 23일 만난 이 부부는 올 가을 또 다른 모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상 반 백수인 남편 이 씨는 섭씨 15도의 따뜻한 봄 날씨에도 목 끝까지 지퍼를 채워 올린 갈색 겨울 재킷 차림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배도 나왔다. 멜빵바지 차림의 부인 손 씨는 여고생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뽀얀 피부의 앳된 얼굴에 해맑은 표정을 지녔다. 야생 동물들이 우글거리는 정글을 헤집고 사막을 지나온 베테랑 여행가 커플이 버스정류장이나 전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니.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평범함 속에 비범함이 있었다.

①빠른 결단력=이들은 2004년 말 연애를 시작해 결혼까지 222일 걸렸다. 사귄 지 3개월 만에 결혼을 결심했다. 당시 이 씨는 중앙대 기계공학과 2학년을 다니다 휴학해 공익근무요원, 손 씨는 고려대 보건대를 갓 졸업하고 영양사로 취직한 상황. "질질 끌면 뭐하느냐"는 게 속전속결로 결혼한 이유다.

②융통성=둘 다 여행을 좋아해 장기여행을 계획했다. 원래 두 달간 유럽 배낭여행을 생각했으나 가격 대비 질을 생각하니 자전거 여행에 관심이 갔다. 그러자니 여행 기간이 2년은 돼야 할 것 같았다. 중국을 건너 유럽까지 가는 루트로 자료 수집과 장비 구입 등 1년을 준비했다. 하루 10달러로 여행하는 게 목표. 경비 마련에 골머리를 썩이던 중 출발 며칠을 앞두고 한 친구에게 호주는 돈을 벌며 여행도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호떡 뒤집듯 호주로 여행지를 바꿨다.

③친화력=손 씨는 40대 기자에게 "32세? 참, 훈남이시네"라고 했다. 낯선 누구에게나 쉽게 접근하는 손 씨의 놀라운 붙임성. 여행 중 거의 80% 정도는 텐트 생활을 했던 이들에게 손 씨의 이런 성격은 큰 도움이 됐다. 방긋 웃는 손 씨에게 현지인들은 기꺼이 자기 집 앞마당을 야영지로 내줬다. 경찰서, 교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④오기=호주, 뉴질랜드 여행을 끝으로 평범한 삶을 살려 했다. 이 씨는 대기업 입사원서에 자전거 여행 경력을 부각시켰지만 번번이 낙방이었다. 손 씨는 "굉장한 경험이 취직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데 충격 받았다"고 했다. 그 때부터 둘은 여행과 생계를 접목시켜 성공하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두 번째 여행지로 위험하다는 아프리카를 택한 것도 그런 이유.

⑤생존력=이 씨는 호주 여행을 앞두고 과외, 학원 강사, 공사장 막노동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여행비를 모았다. 잡지사를 무작정 찾아가 여행기 연재를 약속받았고 호주 케언즈에 도착한 뒤 3개월 동안 부부는 낮엔 호텔에서 객실 청소, 밤엔 식당에서 주방 보조, 웨이트리스로 경비를 모았다. 장비 업체도 접촉해 아프리카 여행 때는 고가의 자전거도 후원 받았다.

⑥낙천성=모험은 불확실성이다. 이들은 기꺼이 그 속으로 몸을 던졌다. 손 씨는 강도와 사자가 자주 출몰하는데다 바닥이 모래라 자전거를 끌고 10시간 넘게 모잠비크 국경을 넘을 때를 여행 중 가장 아찔했던 순간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이 구간만 넘기면 세상에 어려운 건 없을 거라 생각하며 위기를 이겨냈다. 이 씨는 아직 반 백수지만 한 달 전 쯤 모험을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예산에 맞게 여행 계획을 짜주고 장비도 구해주는 일을 시작했다. 수입은 아직 별로지만 부부는 "상황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웃었다.

장기간 모험을 떠나고 싶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들의 조언. △돈 문제일 뿐이라면 밀어 붙여라. 새로운 길이 열린다. △현재 일에서 뛰어난 경력을 쌓아 공백기가 있어도 컴백할 수 있도록 대비하라. △아웃도어 활동은 대세다. 모험 자체를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은 널려 있다. △모험으로 얻는 마음의 성장은 몇 년간의 직장 경력과 비교가 안될 만큼 가치 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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