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기자의 베이스 블로그] 한대화의 ‘조용한 혁명’…한화는 변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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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3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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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한대화 감독. [스포츠동아 DB]
한화 한대화 감독. [스포츠동아 DB]
# 얼떨결에 악수를 했습니다. 한화 카페얀이 갑자기 손을 내민 것입니다. 그 순간엔 첫 인사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와 돌이켜보니 ‘당신의 시간을 뺏게 돼서 미안하다는 의미도 담겨있지 않았을까’라는 느낌도 드네요.

4월15일 대전구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야구장에 평소보다 일찍 나왔는데요, 벌써 한대화 감독(사진)은 덕아웃에 나와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과 담소 중이더군요. 자연스레 한 감독의 ‘걸쭉한’ 입담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감독이 아무 말 없이 바로 뒤 감독실로 쓱 들어가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잠깐 있다 카페얀이 나타나 ‘아까 그 악수’를 건네고 따라 들어가더군요. 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옆에 있던 이 위원은 씩 미소 짓고 있더군요. 설명을 들으니 ‘카페얀이 제1선발로서 호투를 거듭하고도 이상하게 승운이 따르지 않아서 1승도 못하고 연패중이다. 특히 어제(14일)는 추운 날 던지느라 고생했다. 못내 안타까워 한 감독이 따로 불러 위로를 해주고 다음번엔 이길 수 있는 타이밍에 선발을 맞춰주겠다고 약속을 해주기로 했다’는 겁니다.

용병을 소모품처럼 여기는 감독을 보다가 신선한 파격을 느꼈습니다.

# 한화는 SK 3연전 내내 연습 시간을 평소보다 30분 정도 당겼답니다. 수비훈련을 꼭 하고 타격연습을 하더군요. 원정 가도 이럴 때가 있답니다. 번트 실패가 패인으로 작용한 다음날엔 모든 선수에게 번트훈련을 시키더군요. 체력 강화 훈련도 예전엔 못 봤던 풍경입니다. “하와이에서 장거리달리기를 시켰는데 야수들이 1∼3등을 하더라. 충격이었다. 원래 그런 건 하체훈련을 많이 하는 투수들이 상위권에 올라야 정상인데….” 해태 시절 수비 시프트 훈련 안 하고도 9번 우승했다는 말을 듣고서도 발끈합니다. “그런 걸 안하고 어떻게 우승할 수 있겠는가?” ‘기본부터 충실히’, 그러나 설교하지 않습니다. 몸에 새기게 하고 있습니다. 몸이 움직이면 왜 하는지는 자연히 알 것이라는 지론입니다.

# 한화는 가장 가난한 팀이랍니다. 넥센보다도 팀 페이롤이 더 낮습니다. 이런 상황에 부임했는데 호평 일색입니다. 지금 한화의 성적이 예상을 비켜가지 않는데도 말이죠.

지금 한화는 패배의식과 기본기 부족이라는 자멸로부터 팀을 구해내야 될 상황입니다. 리빌딩이란 ‘고난의 행군’ 기간에 대권을 잡은 한 감독은 놀라울 만치 조용히 그리고 무난히 구성원의 컨센서스를 얻어가고 있습니다.

“김인식 감독 이후 한화가 선택할 수 있었던 최상의 카드”라는 이효봉 위원의 평을 음미해볼만 합니다.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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