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마라톤]남자 우승자 실베스터 테이멧 스토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1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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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너무 좋아요."

21일 2010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1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대회 최고기록(2시간6분49초)으로 우승한 실베스터 테이멧(26·케냐)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자 결실의 무대였다.

테이멧은 고등학교 때까지는 800m나 1500m를 뛰던 중거리 육상 선수였다. 장거리로 종목을 바꾼 것은 2000년대 초반. 2005~2006년에는 일본에서 구간 마라톤의 릴레이 주자로 활동하며 42.195km 가운데 10~15km를 전문으로 뛰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풀코스 마라토너로 변신한 것은 2006년. 마라톤 강국으로 유명한 모국 케냐에서 우수한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확인하게 되었고, 22살이 돼서야 마라톤에 입문했다.

그가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8년 경주국제마라톤이었다. 테이멧은 2시간9분53초로 골인하며 생애 첫 국제대회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기 전까지 자신의 최고 기록이었다. 지난해 서울국제마라톤에서는 3위에 입상했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세계 최강 케냐 군단을 이끌 페이스메이커로 평가받았다. 그는 "다들 나를 페이스메이커로 생각했지만 페이스메이커로 만족할 생각은 없었다. 컨디션이 무척 좋았기 때문에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길버트 키르와, 데이비드 키엥, 폴 키루이(이상 케냐) 등 최고 기록에서 그보다 훨씬 앞선 선수들과 함께 줄곧 선두권을 유지한 그는 40km 지점을 통과하면서 힘차게 치고 나갔다. 주경기장에 들어서면서부터는 키르와를 제치고 쭉쭉 앞으로 튀어 나왔다. 가장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은 그는 기쁨에 겨워 손으로 머리를 서너 차례 치는 우승 세리머니를 한 뒤 트랙에 쓰러졌다.

테이멧은 "날씨가 쾌청하고 코스가 평탄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한국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도 큰 힘이 됐다. 한국에서 잇따라 좋은 성적을 내서 그런지 한국이란 나라가 너무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대회에도 꼭 참가해 더 좋은 성적으로 우승하고 싶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선 케냐를 대표해 메달을 따는 게 꿈"이라고 미래 계획을 밝혔다.

2남 2녀 중 차남인 테이멧에게는 형과 누나가 한 명씩 있는데 이들 역시 마라톤 선수다. 아들 콜린스(6)와 딸 신시아(2)를 둔 그는 "아이들도 마라톤 선수로 커준다면 더없이 기쁠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이헌재기자 uni@donga.com



▲‘2010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1회 동아마라톤대회’ 힘찬 출발



▲ 동영상 = 우승자 테이멧 12만5천달러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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