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콩닥콩닥… “어, 어”… “와아아아아아아아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4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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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메달-신기록 시민 표정새벽 4시 이승훈 승전보… 오후 1시엔 김연아 쾌거대합실-병원- 학교 들썩… 아파트 전기공사도 1주 미뤄

“어쩜 저렇게 떨지도 않고 잘하나. 정말 감탄만 나와요.”

‘기적의 금메달’로 시작된 하루는 ‘세계 최고 기록’으로 이어지며 온 종일 사람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24일 캐나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이승훈과 김연아의 연이은 활약에 온 국민은 기쁨의 탄성을 내질렀다.

포문을 연 것은 이날 오전 4시경 전해진 스피드스케이팅 1만 m 이승훈의 승전보. 이승훈이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고도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에 뒤져 은메달에 머무르는 듯하다 크라머의 실격으로 금메달이 확정되자 새벽잠을 설치며 경기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기적의 금메달’이라며 환호했다. 밤을 완전히 새우고 경기를 지켜봤다는 김정원 씨(25·여)는 “1만 m에는 이번이 겨우 세 번째 출전이라던데 정말 대단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직장인들은 출근하자마자 이승훈의 극적인 금메달을 화제로 삼아 얘기꽃을 피웠다.

새벽부터 이어진 올림픽 열기는 점심 무렵 기다리던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와 함께 ‘최고조’에 이르렀다. 직장인들은 김연아의 경기 장면을 보기 위해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한 뒤 TV를 지켜봤다. 이 때문에 사무실가 주변 식당에는 손님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낮 12시 반경 바쁜 발걸음이 오가던 영등포역 대합실에서는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최종 리허설 장면이 방영되자 시민들의 시선이 TV 한 곳에 멈췄다. 김연아의 바로 앞에서 경기를 펼친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예상외로 선전하며 73.78점의 높은 점수를 거두자 잠시 대합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이어 나온 김연아가 점프를 연달아 성공시키자 박수가 터져 나왔고 아사다보다 높은 78.50점의 점수가 발표되자 150여 명이 “와” 하는 환호성을 올렸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로비의 대형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대기자들은 김연아가 세계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우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잘했다” “장하다”라며 기뻐했다. 연방 볼펜으로 다리를 찔러가며 경기를 관람한 차미순 씨(65)는 “오른쪽 다리에 풍기가 있어 긴장하거나 신경 쓰면 더 저린다”며 “경기를 보고 있자니 하도 떨리고 다리가 저려서 볼펜으로 찔러가면서 봤는데 점수가 잘 나와 기분 좋다”며 웃었다.

김연아의 모교와 자택이 있는 경기도의 응원 열기는 특히 남달랐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다문화가족, 피겨꿈나무 등 김연아 선수를 응원하는 도민 300여 명이 모인 수원시 경기도청 대회의실은 김연아가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1위를 차지하자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김연아의 모교인 경기 군포시 수리고에서도 재학생 1000여 명과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등이 체육관과 교실에 모여 손에 땀을 쥐며 경기를 관람했다. 이들은 “우리 학교 선배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환호했다.

김연아의 자택 부근에 위치한 군포시 다산아파트는 원래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기 배선공사가 예정돼 있었으나 “김연아 경기는 꼭 봐야 하니 전기를 끊으면 안 된다”는 주민들의 쏟아지는 항의에 결국 공사를 1주일 연기했다.

온라인 세상도 하루 종일 올림픽 이야기로 뜨거웠다. 스피드스케이팅 동메달리스트 보프 더용은 자국 선수인 크라머가 실격으로 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이승훈을 진정한 우승자로 여기고 무동 태워 아름다운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는 평가와 함께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누리꾼들은 그의 이름을 ‘박대용’으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 다시보기 = 김연아,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점(78.50)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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