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감독 “한국 금 보고 통쾌”…피는 물보다 진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2월 18일 07시 00분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일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결선을 앞둔 17일(한국시간) 오전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 출전선수와 임원진 모두 긴장상태에 놓여있을 법한 시각, 한국대표팀 김관규 감독과 북한여자대표팀 리도주 감독(사진)이 경기장에서 마주쳤다.

두 사람은 전날 남자 500m에서 모태범이 금메달을 딴 사실을 화제로 덕담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했다. 리 감독이 먼저 칭찬을 쏟아냈다.

그는 “모태범의 경기를 보면서 마치 우리가 금메달을 딴 것처럼 통쾌했다”고 운을 뗀 뒤 “남쪽 언론에서 김관규 감독을 영웅으로 만들어 주셔야 한다”는 농담까지 건넸다.

면전에서 칭찬을 듣고 어색했는지 김 감독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북한의 고현숙(여자 500m 출전)은 10등 안에 들 수 있는 선수다. 1000m를 더 잘 탄다”고 화답했다.

이에 리 감독은 다시 “칭찬이 심하다. 20등 안에 드는 게 목표”라며 웃음을 짓고는 “대회에 나오면 김 감독과 서로 스케이팅 기술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고받는다”고 밝혔다.

냉랭한 정치적 대립을 넘어 따뜻한 민족애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밴쿠버(캐나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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