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가라사대… “범호야 그 버릇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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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0일 07시 00분


대구서 선후배 저녁식사…진솔한 대화 나눠

“넌 잘할 수 있을 거야.”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33)과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입단한 이범호(28)는 28일 대구시내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오래 전부터 한번 만나자는 약속. 서로 바쁜 일정 때문에 시간을 내지 못하다 이날 모처럼 자리를 마련했다.

이범호는 까까머리 고교생 시절, 대구구장을 안방처럼 드나들면서 가공할 홈런포를 생산하던 삼성 이승엽에 매료됐다. 당시 약체 대구고의 이범호는 프로팀 지명을 받는 것이 목표. 그 소박한 꿈을 꾸던 그가 이제 선배의 뒤를 따라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했다.

누구나 처음 가는 길은 낯설고 두려운 법. 그러나 먼저 그 길을 밟은 자가 있다면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이범호는 그래서 일본에서 6년간 활약하며 잔뼈가 굵은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승엽은 일본무대에서 적응과 실패, 성공과 추락을 온몸으로 겪었기에 한마디 한마디는 일본무대 첫걸음을 내딛는 이범호에게 금과옥조가 됐다.

이승엽은 기자회견 등 공식석상에서는 “내가 조언해줄 게 뭐가 있느냐”며 말을 아꼈지만 편안한 사석에서 진지하게 조언을 구하는 이범호에게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우선 일본투수들의 성향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풀어나갔다. 한국에서는 볼카운트 0-2에서 대부분의 투수들이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직구승부를 펼치지만 일본은 정반대로 변화구와 유인구로 승부한다는 것.

이승엽은 “한국에서 야구하던 버릇을 버려야한다. 나도 지금까지 그 버릇이 남아 있다.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타석에 서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면서 한국과 일본투수의 전혀 다른 승부방식을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이범호가 소속된 퍼시픽리그 투수들의 성향에 대한 분석도 곁들였다. “투수의 수준만 놓고 보면 퍼시픽리그에 더 좋은 투수들이 많다”면서 “센트럴리그 투수들은 변화구와 유인구 승부가 많지만 퍼시픽리그 투수들은 공격적인 직구승부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머리나 몸쪽으로 바짝 붙는 위협구도 한국에서 경험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도 설명했다. 이승엽으로서도 이 점 때문에 타격부진에 빠질 때가 많았다. 이승엽은 마지막으로 “자신감을 가져라”고 후배를 격려했다.

이미 소프트뱅크에서 보내준 비디오테이프를 보며 수첩에 일본투수들의 장단점을 나름대로 분석해 꼼꼼히 메모하고 있는 이범호는 선배의 조언도 가슴 깊이 새겼다.

이들은 그동안 서울에서 훈련하다 최근 대구에 내려와 몸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이범호는 27일부터 모교인 대구고에서 훈련하고 있고, 이승엽도 29일부터 세진헬스클럽에서 몸을 만들고 대구시내 모처에서 타격훈련을 개시했다.
대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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