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인기’가 부담스러운 이상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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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세 동갑내기 농구스타 이상민(삼성)과 전주원(신한은행)을 지난해 함께 만난 적이 있다. 평일 오후 경기 용인시의 한 패밀리레스토랑에서였다. 이상민은 아줌마 팬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중고교 시절 그를 따르던 오빠부대가 세월이 흘렀어도 변함없는 애정을 보인 것이다. 전주원은 “상민이가 참 대단하다”며 부러움을 표시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상민의 인기는 전혀 식을 줄 모른다. 이상민은 21일 한국농구연맹이 발표한 올스타전 베스트5 팬 투표 중간집계에서 7만7935표 중 절반에 가까운 3만8206표를 얻어 선두에 올랐다. 이상민은 내년 1월 3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 9년 연속 최다 득표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스타전 팬 투표가 시작된 2002년부터 그가 최고 인기 선수의 영광을 놓친 적이 없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둔 학부모인 그는 올 시즌 경기당 평균 16분 17초를 뛰며 4득점, 3.8어시스트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삼성은 최근 3연패에 빠지며 13승 13패로 6위에 머물러 있다.

이쯤 되면 팬들의 관심에서 비켜날 만한데도 그는 여전히 상한가다. 깨끗한 이미지에 짧고 굵게 뛰면서 강한 인상을 남긴 덕분이다. 2만 명에 이르는 열성적인 팬 카페 회원들은 조직적인 득표활동까지 벌이고 있다. “또 1위냐”고 물었더니 이상민은 “고맙기는 한데 부담스럽다. 팀 성적도 좋지 않은데 민망스럽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가 성인 농구에 데뷔한 것은 연세대에 진학한 1991년이었으니 ‘언제 적 이상민이냐’는 말이 나올 만하다. 이상민의 인기 독주는 국내 농구의 정체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세대교체가 더뎠고 대형 스타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영원한 오빠’ 이상민을 넘어서는 새로운 얼굴은 언제쯤 나올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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