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스포츠클럽] 히어로즈, 불신 해소가 우선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09년 12월 21일 07시 00분


서로 돕는 것 중에 하나가 망하면 다른 쪽도 위태로워지는 것을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 한다.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는 뜻이다. 프로야구계가 히어로즈의 트레이드 충격 여파로 시끄럽다. 이에 히어로즈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로 나뉜다.

2년전 프로야구에 참여했을 때부터 과연 구세군같은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프로야구계에 커다란 짐을 안길 것인지, 대그룹 중심의 구단 운영이 아니더라도 소자본으로 운영이 가능할 것인지, 당시 자금력이 히어로즈보다 풍부한 희망자는 없었는지 등에 대해 걱정스런 눈으로 본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히어로즈는 지난 2년간을 잘 버텨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택근을 중심으로 한 LG와의 트레이드 합의가 이뤄졌지만 KBO의 결정에 의해 트레이드는 일단 유보됐다. 창단시 가입금 120억 가운데 잔여 분납금 36억원을 LG, 두산에 각각 15억원씩과 KBO에 6억원을 입금시켜 완납하면서 이제 다른 구단과 동등한 권리를 보유했다는 판단 아래 트레이드를 시도했으나 제동이 걸렸다. SK가 2001년 경기, 강원 연고권 대가로 현대에게 54억원을 주었으나 현대는 수원을 비우지 않은 채 자금난으로 그 돈을 다 쓰면서 2007년까지 수원구장을 사용했다. SK는 자신들에게도 분납금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잔여분납금을 완납하면서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생각한 히어로즈로서는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사회에서 어떤 결정이 나든 히어로즈 구단이 우선적으로 취해야할 조치가 있다. 지난해 장원삼 파동의 전력이 있었으므로 향후 운영과 트레이드 방침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사를 밝혀 주변의 불신을 해소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팬들의 의구심이 확대 재생산 되면서 전체 판도를 흔들고 내년 흥행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그럴 경우엔 일반적 법상식보다 총재의 결정이 모든 것에 우선되어야 할지 모른다.

히어로즈 구단은 선수단 전체를 안정시킬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둘러싼 지나친 비약도 금물이지만 곪아가는 상처를 숨기면 더 큰 화를 입게 된다. 팀 이름처럼 영웅들로 채우진 못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납득할수 없는 선에서 트레이드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 프로 스포츠의 흥행은 논리적 주장보다 여론, 선입견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대그룹 소속이 아닌 구단의 어려움을 팬들은 지금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야구계 모두가 이가 시리지 않도록 전체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면서 위기일수록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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