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 오프]유럽 라이벌전 열기가 부러운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영국 런던 출장이 잡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에미리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과 첼시의 경기 티켓을 현지 관계자들에게 며칠 전 부탁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아스널과 첼시의 라이벌전은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매진됐다는 얘기였다.

어쩔 수 없이 런던 중심가의 올드커피하우스란 펍(TV를 시청하며 술을 마시는 곳)을 찾았다. 테이블 10여 개와 바가 있는 이 펍엔 많은 사람이 몰려 TV를 보고 있었다. 이날은 전통적인 지역 라이벌 리버풀과 에버턴이 오후 1시 30분, 아스널과 첼시가 오후 4시, 그리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영원한 라이벌 바르셀로나(바르사)와 레알 마드리드(레알)가 오후 6시에 맞붙는 빅매치 날이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이날을 ‘슈퍼 선데이’라고 명명하고 모든 경기를 생중계했다.

경기장을 찾지 못한 팬들은 펍에 몰려 맥주잔을 기울이며 관전했다. 리버풀이 2-0으로 에버턴을 완파하자 각 팀을 열광적으로 응원하던 팬 일부가 자리를 떴다. 이어 아스널과 첼시 경기를 앞두고 다시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원래 아스널과 토트넘 홋스퍼의 북런던 더비가 더 전통이 있지만 꾸준히 빅4에 드는 아스널과 첼시는 신흥 라이벌로 인기를 모으고 있었다. 첼시가 3-0 완승을 거두자 대부분의 팬이 실망한 표정으로 펍을 떠났다. 런던에서는 부자 구단 첼시보다는 아스널이 더 사랑을 받고 있었다.

바르사와 레알의 경기가 시작되자 또 다른 팬이 몰렸다. 카탈루냐와 카스티야의 지역감정에서 촉발된 ‘엘 클라시코’는 전 세계 팬들의 관심사. 타국 리그지만 리오넬 메시(바르사)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등의 플레이를 논하며 응원을 펼쳤다.

유럽엔 도시와 지역, 혈연, 종교 등으로 유래된 수많은 축구 라이벌전이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K리그엔 FC 서울과 수원 삼성 정도를 빼면 라이벌 대결이 없다. 전 국민의 4분의 1이 몰려 있는 수도 서울에 라이벌전이 없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프로야구 두산과 LG가 서울 라이벌로 팬을 열광시키듯 K리그도 하루빨리 ‘서울 더비’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런던에서>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