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나 매직’ 포항도 울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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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챔피언십 플레이오프 성남 1-0 축배
내달 2, 6일 전북현대와 챔피언 결정전 격돌

전반 44분. 포항 스틸야드가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관중석을 가득 채우고 붉은 담요를 흔들어대던 홈 팬들은 방문팀 성남 일화의 마우리시오 몰리나의 프리킥 한 방에 일제히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 한 방에 올 시즌 ‘트레블(K리그, 컵대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동시 우승)’을 노리던 포항의 꿈은 날아갔다.

성남이 ‘몰리나 매직’에 힘입어 29일 열린 K리그 챔피언십 플레이오프에서 난적 포항을 1-0으로 눌렀다. 성남은 다음 달 2일과 6일 각각 성남과 전주에서 정규리그 1위 전북 현대와 챔피언결정전을 치르게 됐다.

성남 신태용 감독과 포항 세르지우 파리아스 감독은 경기에 앞서 ‘키 플레이어’로 몰리나를 지목했다. 신 감독은 “몰리나가 온 뒤 전체적인 공격력이 크게 업그레이드 됐다”며 “오늘도 몰리나의 왼발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아스 감독은 “성남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몰리나의 공격을 협력수비와 압박수비로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또 “특히 세트피스에서 그의 프리킥이 위협적이기 때문에 위험 지역에서 찬스를 내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콜롬비아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몰리나는 올여름 성남으로 이적한 뒤 정규리그 12경기에서 8골 3도움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6강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연속 최우수선수에 선정되는 활약을 펼쳤다. 전남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선 헤딩으로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포항의 ‘몰리나 봉쇄작전’은 전반 중반까지만 해도 성공을 거두는 듯 했다. 신형민과 황재원 등 포항 수비수들은 볼 키핑과 드리블이 좋은 몰리나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고 공격을 적절히 차단했다. 그러나 전반 26분 중거리 슛으로 슛 감각을 조율한 몰리나는 이어진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전반 44분 프리킥 기회에서 왼발로 감아 차 포항의 오른쪽 골네트를 흔들었다. 몰리나는 후반에도 19분 감각적인 슈팅으로 포항의 골대를 맞히는 등 위협적인 모습을 이어갔다.

포항은 전후반 내내 경기를 주도했지만 골 결정력이 아쉬웠다. 특히 후반 27분 성남 장학영이 심판에게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퇴장당한 뒤부터는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지만 성남 수비수들의 몸을 던진 방어에 번번이 막히며 눈물을 삼켰다.

K리그 최다 우승팀(7회) 성남은 이날 승리로 올 시즌 포항과의 상대 전적 3승 1무를 기록했다. ‘안방 불패’ 포항은 홈에서 24경기 연속 무패(15승 9무) 행진이 끝났다.

포항=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포항
성남 1-0 포항
[골]=몰리나(전44·2호·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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