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스타플러스] 채병용 “팔 부러져도 던진다” 수술 앞둔 부상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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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1일 07시 30분


“개인보다 팀이 먼저”…위기에 더 강한 정신력팔꿈치 수술·입대 앞두고 출전기회 오매불망88개 팔팔한 피칭…KS 3연패 징검다리 놓다

20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와 KIA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SK 선발 투수 채병용이 역투하고 있다. 문학ㅣ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20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와 KIA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SK 선발 투수 채병용이 역투하고 있다. 문학ㅣ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앞으로 2년 동안 그를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그만큼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SK 채병용(27)이 4차전 승리투수가 되며 한국시리즈 통산 3승째를 거뒀다.

6회 2사 후 마운드를 내려갈 때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88개의 공을 던졌다. 과연 그가 아픈 선수가 맞는지, 시즌이 끝나고 팔꿈치 수술을 하는 투수가 맞는지 궁금할 정도로 볼끝이 좋았다.

채병용은 2007년과 2008년 2년 연속 두 자리 승리와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선발투수다. 또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팀의 우승을 결정하는 5차전의 마무리 투수였다. 3년 연속 두 자리 승리와 2점대 방어율을 노릴 수 있는 선수라 생각했는데 올 시즌은 불행했다. 시즌 초 3차례의 선발등판 이후 팀 사정상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했고 6월 25일 KIA전에서 팔꿈치 부상을 당한 뒤 세달 가까이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7월초 2군에서 재활을 하는 채병용을 만난 적이 있다. “올 시즌 끝나면 팔꿈치 수술하고 군복무 합니다. 군대 가기 전에 한국시리즈에서 던지고 싶습니다.” “팔꿈치 아프잖아? 어떻게 던져!” “팔이 부러져도 팀의 한국시리즈 3연패에 도움을 주고 군에 가겠습니다.”

당시에는 ‘그럴 수 있을까?’라고만 생각했는데 포스트시즌 두산전부터 채병용의 바람이 현실이 됐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김성근 감독조차 놀랄 정도의 피칭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고 5차전에 다시 선발로 나가 또 한번 무실점 호투를 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3차례의 병살타를 이끌어내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KIA 선발 양현종의 구위가 워낙 좋았기에 초반에 채병용이 흔들렸다면 흐름은 KIA쪽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그는 위기에서 더 강한 투수다. 수많은 위기가 와도 강한 정신력과 놀라운 집중력으로 위기를 넘긴다. 채병용이 없었다면 SK가 두산을 꺾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는 올 시즌이 끝나면 팔꿈치 수술을 한다. 그리고 2년 동안 그라운드를 떠난다. 잘하면 한번 정도는 구원이라도 채병용을 한국시리즈에서 더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는 팀을 위해서라면 또 나올 것이다. 올 가을 채병용의 피칭은 감동 그 자체다.

○SK 채병용=지금 팔에 통증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경기 전 몇 이닝을 목표로 하기보다 그냥 한 타자, 한 타자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KIA 타자들의 장타력을 고려해 빠르게 승부한 게 주효한 것 같다. 포스트시즌 전부터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이렇게 이겨서 기분이 좋다. 마지막 9회초 위기 상황 때 벤치를 봤는데, 정말 선수들이 하나가 돼 있었다. 서로 ‘괜찮다’고 다독이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이래서 SK가 정말 좋은 팀이라는 걸 느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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