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두산을 원한다?

  • 입력 2009년 10월 5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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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하나. KIA의 전신 해태는 한국시리즈를 9차례나 제패했다. 그런 해태가 홈인 광주에서 축포를 터뜨린 것은 몇 번이나 될까. 답은 한 번(1987년)이다. 대전(1991년)에서 한 번 , 나머지 7번은 잠실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상대가 서울 팀이라서? 그건 아니다. 1983년(MBC), 1997년(LG)만 서울 팀이었다. 5차례는 다른 지방 팀과 5차전부터 잠실에서 경기를 했다.

문제 둘. 삼성은 2001년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두산과 만났다. 대구에는 몇 경기가 배정됐을까. 답은 2경기. 하위 팀 홈 잠실에 3~7차전이 잡혔다.

미국과 일본은 상위 팀에 홈 어드밴티지를 준다. 월드시리즈는 올스타전에서 승리한 리그 팀이 1, 2, 6, 7차전을 안방에서 연다. 일본시리즈는 정규리그 승률이 높은 팀이 1, 2, 6, 7차전을 가져간다. AA-BBB-AA식이다. 홈 팬들 앞에서 우승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지방 팀이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경우 상대가 서울 팀(잠실구장을 사용하는 두산, LG)이라야 1, 2, 6, 7차전을 홈에서 할 수 있다. 그나마 2001년 시즌이 끝난 뒤 삼성의 항의가 받아들여진 결과다. 지방 팀끼리 붙으면 여전히 5, 6, 7차전이 잠실에서 열린다. AA-BB-CCC식이다. 2005년부터 3만 석 안팎의 구장을 가진 지방 팀끼리 만나면 잠실을 피할 수 있지만 SK와 롯데가 대결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5차전 이후 잠실' 조항은 해묵은 논란거리다. '지방 팬을 무시한 서울 중심의 행정'이 한쪽이라면 '더 좋은 시설과 더 많은 수익'이 다른 한쪽이다.

올해도 상대에 따라 KIA가 광주에서 몇 경기를 할 지 정해진다. 상대가 두산이면 AA-BBB-AA(4경기), SK면 AA-BB-CCC(2경기)이다. 광주구장을 자주 찾는 KIA 팬은 두산이 더 반가울 법하다.

사족 하나. 광주 구장(1만3872석 규모)이 3만 석을 갖췄다면 어땠을까. SK나 두산 누구를 만나도 1, 2, 6, 7차전을 광주에서 치를 수 있었을 것이다. 박광태 광주시장이 약속대로 이달 중 새 구장 건설을 발표할지 기다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승건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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