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슬레이 대표팀 “기적은 만드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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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1일 0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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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만 해도 선수가 부족해 다른 종목 선수들을 데려와 경기를 했다. 장비가 없어 현지에서 빌렸다. 국내에선 마땅히 훈련할 곳도 없어 체력만 다졌다. 사람들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아메리카컵 2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땄다. 기적을 이룬 주인공은 봅슬레이 대표팀. 이들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또 다른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 봅슬레이, 스켈리턴, 루지 등 썰매 대표팀을 지난달 29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났다.》
선수없고 장비없고 훈련장 하나도 없던 시절 극복
지난해 아메리카컵 2차대회에서 첫 동메달 쾌거
평창 훈련장 연말에 완공…“목표는 올림픽 출전권”

○ 스켈리턴-루지 대표팀과 함께 훈련
대표팀의 가장 큰 변화는 늘어난 인원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봅슬레이 선수는 2명이었다. 선수로 복귀한 강광배 전 대표팀 감독(강원도청)은 “올해 3명을 새로 뽑았다. 이제는 두 팀을 만들 정도로 식구가 늘었다”며 웃었다. 현재 봅슬레이 대표팀은 스켈리턴, 루지 대표팀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6월 영입한 외국인 코치 2명을 합하면 썰매 대표팀 선수와 코치는 모두 13명이다.
종목별로 전문화도 이뤄졌다. 예전에는 선수가 없어 국제연맹 봅슬레이, 스켈리턴 선수 명단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오전에 스켈리턴 경기를 뛴 뒤 오후에는 봅슬레이를 하던 지난해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매년 썰매를 빌렸던 봅슬레이는 최근 강원도의 지원으로 자체 썰매를 마련했다. 스타트 훈련장도 올해 말이면 강원 평창에 세워진다.
○ “스키점프와는 태생부터 달라요!”
영화 ‘국가대표’의 흥행과 함께 인기를 얻고 있는 스키점프 대표팀 얘기가 나오자 강광배는 손을 저었다. 현 스키점프 대표팀은 초등학생 때부터 스키점프를 배웠다. 하지만 썰매는 다르다. 다른 종목을 했거나 전혀 다른 스포츠 선수 출신이 적지 않다.
강광배는 스키를 하다 썰매로 종목을 바꿨다. 그는 루지(1998년)와 스켈리턴(2002, 2006년)으로 동계올림픽에 참가했다. 스켈리턴 코치 겸 선수인 조인호(강원도청)는 전직 보디빌더다. 봅슬레이의 김정수(강원도청)는 대학을 다닐 때까지 역도 선수였다. 루지의 이용(강원도청)은 레슬링 선수 출신이다.
이 밖에도 썰매 대표팀은 창던지기, 단거리 육상, 원반던지기 등 다양한 종목 출신들로 이뤄져 있다. 조인호는 “각자 다른 운동을 하던 선수들이 썰매를 타서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 올림픽 출전권 위해 3개월 여정 떠나
대표팀의 가장 큰 목표는 내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권 획득이다. 이를 위해 7일부터 솔트레이크시티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강광배는 “전지훈련을 마친 뒤 올해 말까지 7개 대회에 참가한다. 최선을 다해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지는 국가 순위 17위 안에 들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봅슬레이는 지난 시즌 국가 순위 15위를 차지해 가능성이 높다. 스켈리턴과 루지도 4∼7개의 대회를 거쳐 포인트를 최대한 많이 얻어 출전권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썰매 대표팀은 “올림픽 출전에 목숨을 걸었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이용은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 같다. 선수들끼리 출전권을 따지 못하면 한국에 돌아오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강광배도 한마디 거들었다. “세 종목 모두 출전권을 따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에게만 쏠린 관심을 우리에게도 돌릴 수 있지 않을까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봅슬레이(bobsleigh):

4개의 날을 단 원통형 썰매를 이용한다. 썰매 종목 중 유일하게 핸들과 브레이크가 있다. 올림픽에는 남녀 2인승과 남자 4인승 등 세 종목이 있다. 선수는 썰매를 조종하는 드라이버와 브레이크맨, 푸셔(4인승 경기에서 두세 번째 타는 선수)로 구성된다. 1500m 내리막 경사의 회전 주로를 달려 시간으로 순위를 매기는 활강경기다. 영화 ‘쿨러닝’에 등장했던 종목이기도 하다.
:스켈리턴(skeleton):
썰매 몸체가 앙상한 ‘뼈대’ 같다고 해서 스켈리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머리를 앞으로 해 엎드려 타는 1인 종목이다. 최고 시속 128km.
:루지(luge):
목재로 만든 썰매에 발을 앞으로 뻗고 누워서 탄다. 남녀 1인승 경기와 선수 2명이 몸을 포개 타는 남자 2인승 경기가 있다. 최고 시속 140km로 썰매 종목 중 가장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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