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네 대장은 한명”…맨체스터 잔혹사

  • 입력 2009년 9월 17일 0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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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더비’ 20일 킥오프- 맨유냐, 맨시티냐…얽히고 설킨 인연

맨체스터 더비의 승자는 누구일까.

맨체스터 더비는 맨체스터를 연고로 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 간의 경기를 일컫는다. ‘맨체스터의 챔피언’을 가리는 자존심 대결이다. 20일 열릴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가 바로 이 맨체스터 더비다.

○맨체스터 더비의 과거, 그리고 현재

첫 맨체스터 더비로 기록된 게임은 1881년 11월 12일 맨시티의 전신인 웨스트 고튼과 맨유의 전신인 뉴튼 히스간의 매치로, 뉴튼 히스가 3-0으로 이겨 더비의 첫 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프리미어리그의 전신인 풋볼리그에서 처음 맞붙었던 1894-1895시즌 역시 뉴튼 히스가 5-2로 이겼다. 하지만 맨유에도 뼈아픈 패배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맨유 역사상 최악의 더비로 회자되는 1973-1974시즌이다.

시즌 막바지 2부 리그 강등 위기에 놓인 맨유는 맨시티전을 이기고, 노리치가 버밍엄을 이겨주기를 기다려야 했었다. 80분까지 득점 없이 팽팽한 경기를 유지하다 결국 맨유는 맨시티에게 한 골을 허용하고 만다. 이 골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11년 간 맨유에서 활약하며 전설로 기억되는, 더욱이 은퇴하기 바로 전 시즌에 맨시티로 이적한 데니스 로였다. 로는 1년 간 몸담은 팀보다 11년간 활약하던 친정 팀에 더 애정이 있었던지 동료들의 축하를 뒤로 하고 한 동안 경기장에서 고개를 떨궜다.

경기 후에도 “절대 일어나선 안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며 우울해 했다고 한다. 뒤늦게 로의 득점이 아니었어도 맨유는 결국 2부 리그로 강등됐으리란 사실이 밝혀졌지만 맨시티 팬들은 여전히 “로가 맨유를 2부 리그로 보내버렸다”고 기억한다. 1990년대는 맨유가 모든 경기를 승리하며 맨체스터를 지배해온 데 반해, 2000년대는 맨유 7승, 맨시티 5승으로 비교적 팽팽한 양상을 유지했다. 현재까지 양 팀은 상대전적 61승49무41패로 맨유가 앞서 있다.

○올 시즌 더비의 포인트, 퍼거슨 VS 테베스

퍼거슨 감독과 테베스(맨시티)의 불협화음은 유명하다. 테베스는 퍼거슨의 철저한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인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기 시작했고, 1월 임대 계약이 끝날 무렵 재계약 협상에 미지근한 맨유의 태도에도 섭섭한 마음을 표출한 바 있다. 테베스는 “난 맨유에 남고 싶어 1년 반을 기다렸지만 맨유에선 내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어떠한 오퍼도 제공하지 않았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에 맨유는 “테베스의 에이전트가 요청한 웨인 루니와의 동등한 대우(주급 10만 파운드)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호날두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보내며 엄청난 이적료를 챙긴 맨유가 테베스를 잔류시키리란 무수한 의견들이 있었음에도, 퍼거슨은 “테베스가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가 그렇게 비싼 몸값의 가치가 있는 건 아니다”며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결국 테베스는 “나는 퍼거슨이 싫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7월 맨시티로 떠나버렸다. 이 과정에서 퍼거슨과 테베스는 전혀 다른 입장을 보였다. 퍼거슨은 “3월 인터 밀란전을 마치고 계약에 관해 테베스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경기가 없으면 그에게 전화도 했으며 2차례의 문자도 보냈지만 그는 내게 어떠한 답도 주지 않았다”며 “그가 팀을 떠날 것이라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예상하고 있었다”고 했다.

테베스는 “퍼거슨은 내가 맨유에서 뛴 2년 동안 전화나 문자를 보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와 대화를 나눈 적은 딱 한 번, 내가 아르헨티나의 A매치에 나가는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팀을 옮긴 후 테베스는 “(맨시티의) 마크 휴즈 감독은 훈련 등 팀에 관련된 일에만 초점을 맞추고 협상에는 전혀 관여치 않는다. 또한 그는 선수 출신이라 선수를 관리하는 방법이 퍼거슨과 크게 다르다”며 휴즈 감독이 퍼거슨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퍼거슨은 올 시즌 맨시티를 크게 두려워 할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맨체스터 안전등급 A레벨

맨체스터 더비가 열리는 구장은 가장 높은 안전경계등급을 적용하게 돼 있다. 양 팀 서포터스의 흥분도 극에 달해 간혹 집단 싸움으로까지 번지기 때문. 맨유 팬들은 ‘맨시티가 오랜 시간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린 적이 없었다’는 사실, 맨시티 팬들은 ‘올드 트래포드가 맨체스터 주 경계 바로 외곽에 위치해 맨유가 진정한 맨체스터 팀이 아니다’는 사실로 서로 조롱한다.

하지만 이들 라이벌전의 승자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한 수 아래의 전력으로 점쳐져 왔지만 맨시티가 올 시즌 적극적인 선수 영입으로 한층 안정감을 찾았다. 더욱이 맨유는 지난 시즌에 비해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결국 관전 포인트를 정리해보면 클럽과 역사, 팬들의 자존심 대결에서 과연 누가 웃을 수 있을지의 궁금증과 더불어 테베스가 그에게 무한한 사랑을 보낸 맨유 서포터스 앞에서 반역자로 기억될 수 있을지, 자신을 끝내 내쳤던 퍼거슨 감독을 후회하게 만들 수 있을지 등이다.

맨체스터(영국) | 전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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