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의 인기비결은?

  • 입력 2009년 8월 21일 21시 26분


우사인 볼트. ⓒ로이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사인 볼트. ⓒ로이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9초20. 결승선을 통과하며 게시판을 지켜본 우사인 볼트(23·자메이카)는 손가락으로 기록을 가리키며 "봤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19초19로 공식 기록이 발표되자 볼트는 자메이카 국기를 흔들면서 다시 한번 포효하며 특유의 익살스런 표정을 지었다.

21일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 200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0m 결승에서 세계기록을 세운 볼트를 지켜보는 그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였다. 레이스 시작 전 원숭이같이 머리를 긁적이며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랩을 읊조리듯 줄기차게 입을 움직이고, 카메라가 다가서면 총 쏘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세계기록을 세우고 하늘을 향해 활 쏘는 장면을 연출하는 그는 팬들에게 큰 즐거움이었다. 5만7900여 팬들은 '괴물' 볼트가 펼치는 동작 하나 하나에 반응하며 영웅에 갈채를 보냈다.

볼트는 이날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트랙을 돌며 무려 20분간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동안 나온 다른 종목 챔피언들이 길어야 10분 정도였던 것의 두 배다. 이런 볼트가 모든 언론의 스포트라이이트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세리머니를 끝내고 결승선 근처에서 시작된 믹스트존(선수와 기자들이 만나는 공간)을 빠져 나가는 데도 무려 45분이 걸렸다. 스탠드에 설치된 20여 방송 스탠드를 지나고 지하 믹스트존에 다시 방송과 신문 인터뷰가 이어졌다. 지루할 만도 했지만 볼트는 웃음을 잃지 않고 장난을 섞어가며 그 자리에 참석한 수백여 미디어와 인터뷰를 하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볼트는 공식 기자회견까지 1시간이 넘는 시간을 미디어에 할애했다.

"나는 세계기록을 세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결국 해냈다."

볼트 인터뷰의 요지는 간결하다. 세계기록 행진은 땀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서 도핑을 제기하는데 나는 깨끗하다. 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얼마나 노력했고 헌신했는가를 보여줬다. 남은 400m 계주에서 세계기록을 또 세워서 나의 진가를 보여 주겠다"고 자신했다. "스타트가 많이 좋아졌다. 방법이 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맞다. 올 초부터 스타트를 빠르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세계 신기록으로 나왔다. 방법은 비밀이다"라며 싱긋 웃고 지나갔다. 볼트는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100m와 200m의 타이틀을 방어하는 게 목표"라고 바로 새로운 도전을 설정했다. 2년 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하는 한국으로선 볼트가 흥행보증 수표가 될 전망이다.

베를린=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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