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이적’ 레알-맨유 ‘남는 장사’

  • 입력 2009년 6월 13일 08시 55분


유럽 축구계 후폭풍

레알= 바르셀로나에 패권찾기 희망 - “지나친 스타영입 毒”목소리도

맨유= ‘후한 몸값’ 챙겨 팀 개편 탄력 - 박지성 재계약 가능성 높아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가 사상 최고 이적료(8000만 파운드·1644억원)를 경신하며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전격 이적한 가운데, 유럽 축구계에 새로운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일단 해당 두 클럽은 외형상 ‘실’보단 ‘득’이 많다는 분석. 레알 마드리드는 ‘라이벌’ FC바르셀로나에 최근 빼앗긴 패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다시금 품게 됐고, 마음이 떠난 ‘악동’을 내준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손에 쥔 엄청난 액수의 이적료를 통해 필요한 선수 보강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제2의 지구방위대 창설’ 레알 마드리드, 성공 혹은 실패?

시즌이 끝난 지 불과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적인 스타 영입은 무서울 정도. 벤치부터 선수단까지 클럽 전체에 변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신임 회장은 후안데 라모스를 경질하고, 비야 레알을 이끌었던 마누엘 페예그리니에게 지휘봉을 맡긴데 이어 지네딘 지단을 기술고문으로 위촉해 변화를 예고했다.

페레스 특유의 ‘선수 싹쓸이’ 정책은 혀를 내두르게 할 만큼 강도가 놓다.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재정적인 안정을 꾀하는 세계 축구계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우려를 표명했으나, 이미 올 여름 이적시장을 위해 준비된 2억5000만 파운드 가량의 자금을 앞세운 레알의 욕심은 끝이 없다.

AC밀란에 지불한 이적료 5600만 파운드가 찍힌 카카 영입 계약서가 채 마르기도 전에 호날두를 8000만 파운드에 데려왔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페레스는 여전히 다비드 비야(발렌시아), 사비 알론소(리버풀) 등 굵직한 대어들을 리스트에 올려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비야는 첼시의 러브 콜을 받았으나 ‘스페인 잔류’를 천명한 만큼 레알 입성이 유력하다. 이미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는 소문도 있다. 사비 알론소도 마찬가지. 뿐만 아니라 카를로스 테베스(맨유),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널) 등과도 협의 중이란 루머도 나온다.

하지만 마르카 등 스페인 언론들은 베컴, 지단, 호나우두, 오웬, 피구 등이 주축을 이뤘던 2004-2005시즌을 예로 들며 지나치게 많은 스타 영입은 오히려 전력에 해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실제로 과거 레알 마드리드를 이끈 베른트 슈스터 감독은 “부침을 겪어온 마드리드에 꼭 필요한 것은 개인주의와 경쟁의식에 사로잡힌 11명의 스타들이 아닌, 서로를 보완하고 빈 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묵묵한’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홈구장)에 모인 모두가 소위 ‘잘 나가는’ 멤버들인 탓에 누군가는 경쟁에서 밀려나야 하는 숙명은 레알 마드리드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페레스 부임과 함께 새로운 지구 방위대 창설로 시작된 제2의 갈라티코 정책이 꼭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본격 리빌딩’ 스타트…박지성에게 미칠 영향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행보는 당당하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호날두의 이적설이 제기될 때마다 “선수의 이적은 없다”고 강조해 왔지만, 이미 예고된 수순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레알로부터 후한 몸값을 받아냈으니 결코 실패는 아닌 듯 하다. 호들갑스럽기로 정평난 영국 언론들조차 “맨유가 2년 동안 ‘앓던 이’를 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의 여파로 팀 리빌딩의 압력을 받아온 맨유는 선수 개편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공격부터 수비까지 폭넓게 이뤄질 전망. 어쩌면 수년 내 ‘명예로운 은퇴’를 소망하는 퍼거슨의 마지막 승부수이자 선택일 수 있다.

맨유는 첫 단추로 바이에른 뮌헨의 프랑크 리베리 영입을 적극 추진 중이다.

탁월한 측면 윙어로 꼽히는 리베리는 레알 마드리드의 영입 리스트에도 올라있다는 점이 변수.

에콰도르 출신의 위건 공격수 안토니오 발렌시아와 프랑스 올랭피크 리옹의 카림 벤제마도 퍼거슨이 군침을 흘리는 영입군이다.

글렌 존슨(포츠머스)과 야야 투레(바르셀로나), 이브라히모비치(인터 밀란), 오웬(뉴캐슬), 파비아노(세비야)도 맨유의 구애를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다.

그러나 구단주 말콤 글레이저의 지원이 없다면 퍼거슨이 희망하는 리스트를 모두 영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호날두 이적으로 8000만 파운드를 확보했지만 리베리의 예상 이적료는 5000만 파운드이고, 벤제마와 발렌시아는 각각 2500만 파운드, 1500만 파운드이다.

물론, 영입 리스트가 있으면 떠날 사람도 있는 법.

골키퍼 토마스 쿠스착과 리 마틴 등의 임대가 고려되고 있고, 토트넘에 임대됐던 프레이저 켐벨과 헐 시티에서 임대로 뛰던 마누쵸 등이 영구 이적을 꾀하고 있다. ‘확고한 출전 보장’을 요구해온 테베스와의 결별도 시간문제.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폴 스콜스와 나니의 이적설이다.

스콜스는 최근 “현역으로 뛸 시간이 거의 없다”고 맨유와 결별을 암시했고, 나니는 친정팀 스포르팅 리스본행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여러 정황을 고려해 볼 때, ‘부동의 측면 날개’ 박지성의 재계약 전망은 한층 밝다고 할 수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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