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코 떠나고 2m 케냐용병 뜬다

  • 입력 2009년 6월 10일 08시 58분


삼성화재, 재계약 불발…유럽 갈 듯 국내배구 첫 아프리카 선수 영입추진 문화 적응력 뛰어나…다음 주 결론

국내 최초로 아프리카 선수가 배구 코트에 등장할 전망이다. 주인공은 불가리아 리그에서 활약 중인 케냐 국적의 2m 장신 공격수. 영입을 추진 중인 구단은 남자 프로배구 2연패를 달성한 삼성화재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9일 “안젤코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안젤코 측에 재계약을 제안했으나 최근까지 답을 주지 않았다. 현재로선 스페인 리그 진출이 유력해 보인다. 대신, 아프리카 케냐 용병을 영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안젤코를 대체할 용병을 물색하기 위해 몇몇 선수들을 살펴보다 (케냐 용병을) 우연히 알게 됐는데, 탄력도 좋고 실력도 뛰어나다. 현재 거의 영입을 확정했고, 다음 주에 최종 결론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아직 사인을 하지 않은 관계로 케냐 선수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안젤코는 최근 2시즌 연속 득점과 서브 부문 1위를 차지한 삼성화재의 주 공격수. ‘알고도 막을 수 없는’ 그의 활약에 모든 팀들이 삼성화재의 우승 제물이 됐다. 그러나 안젤코는 시원스레 재계약에 사인한 작년과는 달리, 2008-2009시즌이 끝난 뒤 유럽의 다수 팀들이 보낸 러브콜에 마음이 흔들렸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안젤코는 데뷔 시즌의 연봉이 1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 시즌 16만 달러로 올랐다. 하지만 단순히 ‘돈’을 쫓아간 것은 아니다. 크로아티아 출신인 안젤코는 매사 아버지와 상의할 정도로 효심이 깊다. 하루 한 통씩 꾸준히 집에 연락해왔다. 한국 무대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만큼 이젠 유럽에서 뛰라는 가족의 의사에 따라 현지 잔류를 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안젤코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영입한 선수. 신 감독은 “2007년 월드리그를 관전하다 알게 된 에이전트가 있는데, 그로부터 ‘계약을 아직 못한’ 선수가 있다고 전달받고 안젤코를 데려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첫 해 몸값이 적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좋은 활약을 했다.

신 감독이 용병을 데려올 때 꼭 고려하는 부분은 ‘문화 적응력’과 ‘장래성’이다. 소위 ‘잘 나가는’ 스타급 선수들은 한국 배구를 깔보고 무시할 수 있기 때문. 팀워크가 우선시 돼야 할 배구에서 독단적인 플레이는 큰 해악이다.

신 감독은 “실력은 일정 수준만 갖추면 된다. 케냐 선수는 이러한 부분을 높이 샀다”고 용병에 대한 자신의 지론을 밝혔다. 이번 아프리카 용병 영입은 신 감독의 통산 12번째 우승을 위한 승부수로 보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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