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무엇이 변했나?
지난 22일-23일 출장 차 센다이에 갔다. 마침 라쿠텐이 요미우리와 교류전을 가져 이승엽과 해후할 수 있었다. 그 바로 전 주에 히로시마 원정 3연전 도중 이승엽은 허리 통증을 느껴서 결장했다. 그러나 직접 만난 이승엽은 “괜찮다”고 했다. 이승엽과 늘 동행하는 김한수 코치도 긍정적인 사인을 보냈다.
실제 이승엽은 니혼햄과의 삿포로 원정에서 좋은 타격 내용을 보여줬다. 무라타와 시노즈카 두 명의 타격코치도 이승엽의 타격폼을 면밀히 체크할 것이다. 나 스스로도 경기 전 이승엽의 연습 배팅을 보고 상태가 좋다고 예감했다.
기대대로 이승엽은 22일 연타석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9호 홈런은 비거리 125m, 10호 홈런은 비거리 135m였다. 라쿠텐의 홈구장인 미야기스타디움은 결코 타자친화적인 구장이 아니다. 나 역시 해설을 위해 라쿠텐 경기를 자주 봐왔지만 그렇게 큰 홈런은 좀처럼 본 기억이 없다.
이승엽은 24일 오릭스전에서도 홈런을 터뜨려 11호를 기록했다. 이승엽이 2006시즌처럼 잘 치고 있는 이유는 몸쪽 직구에 대한 대처 요령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공을 공략하진 못하더라도 파울로 커트해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투수들은 다른 구종, 다른 코스로 승부를 변경하려다 실투도 나오고 장타를 맞는다.(흔히 야구계에서 말하는 ‘자기 공을 만들어서 친다’는 의미로 들렸다.)
여기다 상대적으로 퍼시픽리그 투수들이 더 힘에 의존한 승부를 즐기기에 이승엽의 스타일과 맞는다. 이제 하라 감독은 이승엽을 5번에 고정시키고 있는데 ‘홈런이 필요할 때 쳐 준다’란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요미우리 팀 내 입지도 굳어졌고, 동료들이 이승엽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었을 것이다. 여름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40홈런도 가능한 페이스다.
스포츠동아 일본통신원
84년부터 3년간 한국 프로야구 삼성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일본으로 돌아가 요코하마, 다이에와 야쿠르트를 거친 뒤 92년 은퇴했다.
[화보]‘아시아의 거포’ 이승엽, 그가 걸어온 야구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