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도둑맞은 발야구 ‘곰의 눈물’

  • 입력 2009년 5월 29일 08시 18분


구멍난 안방…두산의 굴욕

‘발야구’에 웃던 두산이 발야구에 눈물을 쏟고 있다. 두산은 발 빠른 기동력 야구로 ‘발야구 명가’란 타이틀까지 얻으며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발 빠른 주자들이 살아나가 상대 내야를 휘젓고 다녀 두산을 상대하는 팀들은 늘 골머리를 앓았다.

반대로 두산은 멀게는 김경문 감독부터 진갑용, 최기문, 이도형, 홍성흔을 배출한 전통의 포수 왕국. 든든한 포수가 안방을 지켜주니 발야구의 위력은 배가됐다. 그러나 27일과 28일 잠실구장을 찾은 두산 팬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두산이 보여줬던 발야구를 상대팀 히어로즈가 똑같이, 아니 훨씬 더 위력적으로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승환의 부상, 도루 저지율 0%% 주전포수

두산은 최근까지 최고의 수비형 포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17일까지 최승환의 도루 저지율은 0.538. 유일하게 도루 저지율이 5할을 넘는 포수였다. 32경기에서 허용한 도루는 12개, 그동안 14명이 최승환의 어깨에 횡사했다. 그러나 최승환은 17일 삼성 강봉규와 부딪쳐 무릎에 부상을 입었다. 그 순간 두산 안방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승환이 결장한 10경기에서 두산은 20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반대로 도루저지는 0개. 백업포수 채상병과 용덕한의 시즌 도루 저지율은 0%%다.

○발야구 명가 발야구에 유린당하다

약점이 서서히 드러나며 두산은 발야구에 유린당하기 시작했다. 히어로즈 주자들은 27일 용덕한에게 7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정수성은 단독 홈스틸까지 성공. 포수가 주자를 묶지 못하자 투수들도 흔들렸다. 주자에게 신경 쓰는 만큼 타자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투수, 승부는 초반부터 기울었다.

○1이닝 3연속 도루 허용까지

김경문 감독은 28일 용덕한 대신 김진수에게 안방을 맡겼다. “투수 리드가 빼어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은 용덕한이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김진수도 발야구 앞에 무너졌다. 28일 1회, 히어로즈 1-3번 정수성, 황재균, 클락은 거침없이 도루를 시도해서 모두 성공했다. 1회 3연속 도루 허용, 그리고 2점 헌납. 투수 정재훈은 물론 모든 선수들, 관중석의 팬들까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포수 출신 감독의 고민

포수 출신 김경문 감독은 “도루허용은 포수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선수들을 감쌌다. 그러나 홍성흔의 포지션을 바꿀 만큼 믿었던 채상병이 백업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재활에 전념하고 있는 최승환이 돌아오는 7월 초까지 투수들이 견제에 더 신경 쓰는 것이 유일한 대비책일 정도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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