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009시즌 EPL 총 결산

  • 입력 2009년 5월 25일 14시 21분


2008년-2009년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3년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린 맨유는 1878년 창단 이후 리그 3연패의 금자탑을 두 번이나 쌓아 올린 최초의 클럽으로 탄생했다. 맨유는 라이언 긱스, 로이 킨, 데이비드 베컴 등이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던 1999~2001년 처음으로 리그 3연패를 달성한 바 있다. 실력과 행운이 함께 하지 않고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대기록이다.

또한 맨유는 통산 18번째 우승 트로피를 차지해 리그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했던 리버풀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맨유의 3연패 소식 외에도 올 시즌 EPL은 숱한 화제 거리를 양산해내며 한국 축구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올 시즌 당당하게 주전급으로 발돋움한 박지성의 활약을 비롯해 득점왕 경쟁, 우승 경쟁만큼 뜨거웠던 강등권 전쟁 등 매 경기마다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게 만들었다.

# ‘우승 쫓는 사나이’ 박지성의 환상적인 시즌

박지성은 지난 16일 맨유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맨유 입단 이후 최고의 시즌”이라고 자평했다. 그의 말대로 올 시즌은 박지성의 10년간의 프로 생활 중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다.

우선 박지성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게 주전 선수로 인정받았다. 리그를 포함해 컵대회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38경기에 출전, 28경기를 선발로 나서 4골2도움을 기록했다. 더 많은 골을 터뜨리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라이언 긱스의 백업 멤버 신분에서 벗어난 것이 고무적이다. 경쟁상대였던 나니는 박지성에 밀려 컵대회 요원으로 전락했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박지성이 자신의 실력으로 선발 자리를 꿰찼다는 것. 골 결정력 부재로 빅 매치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올 시즌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지난해 9월21일 첼시와의 리그 첫 출전 경기에서 시즌 마수걸이 골을 성공시켰으며 아스날과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도 선제골을 터뜨리며 결승진출에 귀중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처럼 박지성이 최고의 시즌을 보내기까지는 많은 시련을 극복해야 했다. 골 결정력 부재의 비난을 달게 받아야 했고, 시즌 중반에는 살인적인 일정 소화로 체력 저하의 고비가 찾아왔다. 그러나 박지성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함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꿨고, 호화군단 맨유에서도 기량을 인정 받는 선수가 됐다.

이제 박지성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무대를 밟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아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로마의 밤에서 박지성이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아넬카, ‘7전8기’ 끝에 이룬 득점왕의 꿈

‘저니맨’ 니콜라스 아넬카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유니폼은 첼시였다. 10년 동안 8개의 팀(파리 생제르맹, 아스널, 레알 마드리드, 파리 생제르맹,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페네르바체, 볼턴, 첼시)을 전전했던 아넬카는 올 시즌 19호골을 터뜨리며 ‘풍운아’의 이미지를 벗어버렸다.

아넬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유)와 막판까지 경쟁을 펼쳤고, 호날두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대비해 헐시티와의 최종전에 결장하면서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지난 1995년 파리 생제르맹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던 아넬카는 뛰어난 신체조건과 축구센스로 ‘제2의 티에리 앙리’로 불렸던 선수. 그러나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로 진출했던 아넬카는 험난한 축구역정을 맞았다. 레알 마드리드 시절 라울 곤잘레스와 페르난도 모리엔테스에 밀려 벤치만 달구다 다시 EPL로 돌아온 것. 이후 맨체스터 시티로 돌아와 두 시즌 반 동안 37골을 터뜨리며 부활하는 듯 했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유니폼을 갈아입어야 했다.

하지만 아넬카는 8번째 도전 끝에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첼시로 이적한 아넬카는 안드리 셉첸코와 클라우디오 피사로의 이적과 디디에 드로그바의 부상으로 많은 기회를 얻으며 어렵게 잡은 황금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 ‘1000억원’ 걸린 강등권 전쟁

뉴캐슬 유나이티드, 미들즈브러,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WBA) 세 팀이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내년시즌을 보내게 됐다. 강등의 충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팀은 뉴캐슬. 1993년-1994년 시즌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이후 15년 만에 1부 리그에서 퇴출되는 아픔을 맛보게 됐다. 시즌 도중 ‘레전드’ 앨런 시어러로 사령탑을 교체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음에도 강등권 탈출에 실패했다. 더 혹독한 현실은 중계권료와 광고 수익, 스폰서십 등으로 인해 약 1000억원 가량의 금전적인 손실을 안게 됐다. 이미 어마어마한 부채로 클럽의 새 주인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클 오언, 오바페미 마르틴스 등 뛰어난 기량을 보유한 선수들이 팀을 떠날 것으로 보여 재승격도 힘들 전망이다.

미들즈브러도 10년 만에 강등 아픔을 맛봤다. 미들즈브러는 최근 사우스 우드게이트 감독 아래 새로운 팀으로 변모하고자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불러 모아 전력을 강화시켰지만, 조직력의 문제를 드러내 잔류의 희망이 수포로 돌아갔다.

김두현의 소속팀 WBA 역시 승격된 지 1년 만에 다시 2부 리그로 추락했다.

# ‘거미손’ 반 데 사르의 1311분 무실점 행진

맨유의 골키퍼 반 데 사르는 올 시즌 대기록을 작성했다. 14경기 무실점 행진을 이끌며 무려 1311분 동안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은 것.

반 데 사르는 브라질의 마자로피(바스코 다 가마)가 1977년 세운 1816분의 최고 기록과 지난 1990년 벨기에 리그 브루헤KV 소속 대니 베를린덴이 세운 유럽기록 1390분 무실점은 깨지 못했다. 그러나 1970~1971시즌 스코틀랜드 애버딘의 보비 클라크가 세운 1155분은 지난해 9월 웨스트햄전에서 넘어섰다. 이는 4개 축구협회로 구성된 영국 전체 프로리그에서 최장시잔 무실점 기록이다.

# ‘스로인 스페셜리스트’ 로리 델랍의 황금손

축구는 발을 사용해 골을 넣는 종목이지만, 손을 쓸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의 경우를 제외하고 공이 터치라인 밖으로 나가면 필드 플레이어가 스로인을 하게 된다. 이 점을 이용해 자신의 이름을 알린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인간 투석기’라 불리는 로리 델랍(스토크 시티). 델랍은 이번 시즌 스로인만으로 무려 8개의 골을 만들어내며 전 세계 축구팬들을 경악시켰다. 강한 어깨와 허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으로 골문 앞까지 강하고 정확한 스로인을 던졌다. 크로스를 연상시키는 스로인은 문전 정면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료들의 머리까지 정확하게 전달돼 또 하나의 팀 득점루트로 자리잡았다.

# ‘히딩크 시프트’ EPL에서도...

거스 히딩크의 마법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통했다. 올 시즌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 감독의 지휘 아래 무섭게 출발했던 첼시는 시즌 중반 정착되지 않은 팀 리빌딩의 혼란을 겪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급기야 리버풀, 아스날, 아스톤 빌라 등에 밀려 리그 선두권 다툼에서도 밀려났다.

보다 못한 첼시 수뇌부는 히딩크에게 구조요청을 보냈고, 지난 2월 히딩크는 러시아 국가대표팀과 함께 첼시의 감독직을 겸임하기로 수락했다. 이후 히딩크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며 흔들리던 팀을 안정시켰다. 그리고 그가 거둔 성적은 10승 1무 1패. 놀라운 승률을 자랑하며 추락하던 팀을 리그 3위로 올려놓았다.

어느 팀이든지 자신의 손만 거치면 최강의 팀으로 바꿔 놓는 히딩크. 그의 마법을 맛볼 다음 수혜팀은 어디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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