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이 산타나?”…박찬호 시즌 최고의 피칭

  • 입력 2009년 5월 7일 11시 03분


‘코리언특급’ 박찬호(36.필라델피아)가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이며 그동안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다.

박찬호는 7일(한국시간)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을 1안타 무실점 5K로 틀어 막았다.

그렇지만 박찬호는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시즌 첫 승에는 실패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을 8.57에서 6.67까지 낮춘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박찬호는 0-0으로 맞선 7회 대타 에릭 브런틀렛과 교체됐다. 박찬호의 눈부신 호투에도 불구하고 소속팀 필라델피아는 메츠에 0-1로 패했다.

6회까지 21명의 타자를 상대한 박찬호는 91개의 공을 던졌으며 52개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최고구속은 93마일. 땅볼과 플라이아웃은 각각 5개와 7개였다.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볼 1개가 있는 것이 아쉬웠지만 구위, 구종, 제구력, 경기운영 등 모든 면에서 시즌 최고의 피칭이었다. 지난 2일 경기에서 메츠 타선에 시즌 최다인 7점을 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박찬호는 상대 선발투수가 현역 최고의 좌완투수인 요한 산타나였음에도 주눅들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 있게 공을 뿌리며 산타나를 능가하는 투구내용을 선보였다. 다저스 시절 세인트루이스 카디날스의 릭 앤키엘과 만들어낸 최고의 투수전을 생각나게 만든 피칭이었다.

박찬호는 타석에서도 두 번 모두 볼넷으로 출루하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날 호투로 박찬호는 선발 로테이션에 잔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경기에서 부진했다면 불펜이나 마이너리그로 강등될 수 있었던 상황. 벼랑 끝에 몰렸던 박찬호는 시즌 최고의 피칭으로 몇 차례 선발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1회를 깔끔하게 막아낸 것이 호투의 비결이었다. 박찬호는 1회 많은 실점을 허용하는 투수. 반면 메츠는 호세 레이예스와 카를로스 벨트란을 앞세워 1회 많은 점수를 뽑아내는 팀이다.

박찬호는 1회초 3명의 타자를 삼자범퇴로 가볍게 처리했다. 2회에는 첫 타자 데이비드 라이트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2루 도루를 저지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자신감을 얻은 박찬호는 3회말 2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고, 4회에도 3명의 타자를 간단하게 막아냈다.

위기는 5, 6회말 수비에서 있었다. 5회에는 다니엘 머피에게 경기 첫 안타를 얻어 맞아 주자를 스코어링포지션에 보냈다. 하지만 박찬호는 다음타자 제레미 리드를 내야땅볼로 처리해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가슴을 졸였던 것은 6회말. 2아웃을 잡은 박찬호는 1번타자 레이예스를 땅볼타구 때 1루 베이스커버를 들어가는 과정에서 볼을 놓쳐 출루를 허용했다. 발 빠른 레이예스는 2루 도루에 성공했고 송구에러가 겹치면서 2사 3루가 됐다. 다음타자 코라는 볼넷으로 출루해 2사 1,3루. 박찬호는 메츠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력을 자랑하는 벨트란을 상대로 과감한 직구승부를 펼쳐 외야플라이를 잡아내며 큰 위기를 넘겼다.

필라델피아는 수비에러로 패배의 쓴맛을 봤다. 필라델피아는 7회말 수비에서 2아웃 후 3루수 페드로 펠리츠가 송구에러를 기록해 뼈아픈 실점을 내줬다. 이 점수는 결승점이 됐고, 메츠는 프랜시스코 로드리게스가 버틴 철벽 불펜을 앞세워 짜릿한 1-0 승리를 거뒀다.

메츠 선발 산타나는 7이닝 2안타 무실점 10K로 시즌 4승에 성공했다. 평균자책점은 0.91.

한편, 박찬호는 선발 로테이션이 정상적으로 유지된다면 오는 13일 LA 다저스를 상대로 시즌 첫 승에 도전하게 된다.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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