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해낼 것”…퍼거슨은 족집게

  • 입력 2009년 5월 7일 07시 57분


“박지성의 에너지와 밸런스가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사상 최초 2년 연속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위한 로마행 티켓을 확정시켜 줄 것이다.”

6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8-2009 UEFA 챔스리그 4강 2차전 아스널과의 원정을 앞두고 맨유 퍼거슨 감독이 베르바토프와 테베스 대신 박지성을 선발명단에 넣은 이유를 설명한 대목이다. 그의 예상대로 박지성은 1차전 올드 트래포드 0-1 패배로 궁지에 몰렸던 아스널에 결정타를 날렸다.

전반 8분 호날두의 크로스에 이은 상대 수비 실수를 틈 타 번개처럼 선제골을 터뜨린 것. 박지성이 챔스리그에서 득점을 올린 것은 에인트호벤 시절인 2004-2005시즌 AC밀란과의 4강 2차전(5월5일) 이후 4년 1일만이다. 통산 2호. 또한 맨유 입단 이후 처음으로 2경기 연속골(2일 미들즈브러전 추가골)도 기록, 올시즌 4골, 맨유 유니폼을 입은 이후 개인통산 12호골을 마크했다.

맨유는 호날두의 2골을 보태 아스널을 3-1로 물리치고 1,2차전 합계 4-1로 대망의 결승에 올랐다. 맨유는 첼시-바르셀로나전 승자와 28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단판 승부로 정상을 가린다.

○지성의 선제골로 싱겁게 끝나

경기 전 퍼거슨은 이번 경기가 웽거 아스널 감독과 가진 양 팀 대결에서 역대 최고의 빅 경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너무 일찍(?) 터진 박지성의 골로 맨유의 싱거운 승리로 마무리됐다. 퍼거슨과 웽거는 이날 경기 전까지 총 38번 대결을 펼쳐 15승8무15패로 정확히 동률이었다. 한마디로 우열을 가늠하기 어려운 용호상박이었다.

그러나 이제 퍼거슨이 한 발 앞서는 우위를 점하게 됐다. 퍼거슨은 또한 챔스리그를 2연패하는 사상 최초의 팀이 되겠다는 야심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아무도 챔피언스 리그 트로피를 2년 연속 들어 올리지 못했다는 것이 이상하지만 이건 우리에게 또 하나의 도전이다. 우리는 충분히 강하니까”라고 말했다. 퍼거슨의 이런 평가는 ITV 해설자에 의해서도 경기 중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두텁고 재능 있는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는 맨유가 놀랍다는 것이다.

퍼거슨은 주심이 이미 옐로카드를 받은 루니, 테베스, 에브라에게 아스널 전에서 경고를 줘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하게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로마에서 치러질 결승전에 대한 준비와 구상이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퍼거슨은 경기 전 주심에 대해 맨유 선수들이 아스널 전에서 경고를 추가해 결승전에 뛸 수 없게 되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며 자신은 주심이 인내심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는 희망섞인 주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다시 경고를 받아 결승전 명단에 넣을 수 없을까를 염려해 에브라와 루니를 후반 교체하는가 하면 테베스는 아예 벤치에서 쉬게 했다.

○플레처 퇴장, 지성에겐 호재(?)

그러나 퍼거슨이 우려하는 상황은 다른 곳에서 터졌다. 이번 시즌 최고의 절정기를 보내고 있다는 플레처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을 당하고 만 것이다.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플레처가 먼저 공을 쳐냈다면서 주심의 명백한 오심에 플레처가 희생양이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퍼거슨은 세계 최고의 주심에게서 받은 억울한 퇴장을 “운이 없었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러나 플레처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의 결장은 박지성에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작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결승전에 완전 제외되는 수모를 경험했던 박지성으로선 로마 결승전에 서는 것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플레처의 퇴장이 가져온 공백으로 박지성에게는 챔스리그에 서는 최초의 아시아 선수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아스널전에서 보인 퍼거슨의 용병술에서도 나타나듯 공격 지향적인 팀에는 박지성이라는 카드를 퍼거슨이 즐겨 쓰기 때문이기도 하다. 퍼거슨에겐 박지성이 가진 에너지와 밸런스가 결승에서도 반드시 필요할 듯 싶다.

요크(영국) | 전홍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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