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회 동아수영대회] 이재영 “한국新은 감독님 생일 선물”

  • 입력 2009년 5월 1일 08시 14분


노민상 감독 사비 털어가며 병원 치료… 집안 넉넉찮아 장학금 알선 뒷바라지

“감독님 생신선물이요? 저는 기록으로 대신 했어요.”

수영 경영대표팀 노민상(53) 감독의 생일은 음력 4월6일. 양력으로는 4월 30일이었다. 이날 경북 김천 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제81회 동아수영대회. 노 감독은 생일을 맞았음에도 초조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딸처럼 아끼는 제자 이재영(18·대구체고)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재영은 ‘여자 박태환’이라고 불리는 기대주. 하지만 4월 초 중국 쿤밍 고지대 전지훈련에서 고산병에 걸려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급기야 노 감독은 사비까지 털어 이재영의 손을 이끌고 김천시내 한 병원을 찾아 영양주사까지 맞혔다.

노 감독의 지극정성에 이재영의 몸도 빠르게 회복됐다. 여자 자유형 200m결승. 이재영은 2분00초79만에 터치패드를 찍으며 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 김현주가 세운 종전 한국기록(2분01초10)을 7년 만에 0.31초 줄였다.

이재영은 당초 자유형50·100m 등 단거리대표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림픽 금메달을 엮어낸 노 감독의 예리한 눈매는 원석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이재영은 2000m달리기와 턱걸이(최대10개)에서 여자대표팀 내 1위. 노 감독은 이재영의 타고난 체력을 고려해, 200m로 과감하게 전향시켰다. 집안형편이 넉넉지 않은 이재영을 위해 장학금을 주선하는 등 운동외적인 안정에도 힘썼다. 결국 태릉선수촌 김인건 촌장까지 이재영 후원에 나섰다.

노 감독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항상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 이재영의 최대장점”이라고 했다. 이재영은 지난 연말, 태릉선수촌 내 장기자랑 대회에서 원더걸스의 ‘노바디’로 2등을 차지하는 ‘끼’를 발휘하기도 했다. 상품으로 받은 MP3플레이어는 동생의 손에 쥐어줄 정도로 고운 마음씨까지 갖췄다. 이재영은 “감독님이 남들 모르게 도와주시는 부분도 많아서 항상 감사하다”면서 “세계최고가 되어 보답 하겠다”고 밝혔다. 1차 목표는 2010도하아시안게임 자유형400m 입상. 노 감독은 “(이)재영이가 오늘 내 생애 최고의 생일상을 차려주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편, 국가대표 김달은(19·에이치아이코리아)도 여자 일반부 평영50m결승에서 31초12의 한국신기록으로 1위를 차지하는 등 제81회 동아수영대회에서는 연일 기록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사진=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ba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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