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4개 홀이 내 골프인생만큼 길∼게 느껴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10일 02시 57분



양용은 혼다클래식 우승드라마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은 지난해 이맘때 일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3라운드를 최하위로 마쳐 4라운드는 동반자 없이 홀로 돌았다. 당시 오전 8시 3분에 첫 조로 티오프해 1시간 53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

그로부터 1년이 흘러 9일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가든의 PGA내셔널 챔피언코스(파70)에서 열린 혼다클래식 4라운드.

세계 랭킹 460위 양용은은 가장 늦은 챔피언 조로 출발해 2타를 줄여 합계 9언더파로 우승컵을 안았다.

경기 후 공동 9위(3언더파)로 선전한 후배 위창수와 일본식당에서 샴페인을 터뜨린 양용은은 본보와의 국제전화에서 “좋은 게 많이 생겼다”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선 PGA투어에서 47개 대회 만에 처음이자 한국 선수로는 최경주 이후 두 번째 챔피언에 오른 기쁨이 컸다. 지난해 상금(46만1726달러)의 두 배가 넘는 100만8000달러(약 15억6000만 원)를 챙겨 상금 115위에서 9위로 점프했다. 2년 동안 풀시드도 확보했다. 당초 양용은은 이번 주 열리는 CA챔피언십(총상금 850만 달러) 출전 자격이 없어 대신 B급 대회인 푸에르토리코오픈(총상금 350만 달러)에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막차로 CA챔피언십 출전권을 받아 타이거 우즈 등 최고 스타들과 맞붙게 됐고 다음 달 마스터스 출전권도 따냈다.

인생 역전을 이룬 양용은은 “막판 4개 홀이 내 골프 인생 전체만큼 길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황금 곰’ 잭 니클로스가 설계한 이 코스의 15∼17번홀은 ‘베어 트랩(곰 덫)’이라는 애칭이 붙을 만큼 까다롭다. 양용은은 15, 17번홀(이상 파3)에서 연이어 티샷을 벙커에 빠뜨려 보기를 했다.

1타 차로 쫓긴 양용은은 18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왼쪽으로 당겨 쳐 15m 거리의 부담스러운 버디 퍼트를 남겼다. 3퍼트라면 동타를 허용할 위기였으나 그는 홀에서 두 뼘도 안 될 거리에 공을 붙인 뒤 승리를 확신한 듯 허공을 향해 주먹을 5차례나 내질렀다.

최근 2연속 20위권 진입에 따른 출전 순번의 상향 조정으로 이번 대회에는 대기선수가 아니라 자동 출전했다는 양용은은 “경기 전 인터넷으로 신지애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 우승 소식과 한국 야구가 WBC에서 중국을 14-0으로 꺾었다는 뉴스를 본 뒤 나도 해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양용은은 이번 대회에서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 299.8야드(13위)의 장타를 날리고 72.2%(3위)의 그린 적중률에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도 28.8개(26위)로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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