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데러-나달 호주오픈 격돌 통해 본 ‘시대의 라이벌 스타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4일 03시 01분



매켄로 vs 보리 맞대결 7승7패 막상막하

에버트 vs 나브라틸로바 16년간 80차례 ‘으르렁’


‘왼손 테니스 천재’ 라파엘 나달(23·스페인)은 숙명의 라이벌인 로저 페데러(28·스위스)에게 감사 표시를 해야 할지 모른다. 페데러를 꺾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한 끝에 세계 최강의 자리를 굳혔기 때문이다.

나달은 한때 클레이코트에서만 강하다는 핸디캡을 지녔던 게 사실.


하지만 지난해 붉은색 흙코트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4연패 달성 후 윔블던 잔디코트에 이어 1일 끝난 호주오픈의 하드코트에서도 페데러를 연파하며 전천후 선수가 됐다.

반면 페데러는 호주오픈 시상식에서 눈물을 쏟으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자신의 텃밭이라는 하드코트에서만큼은 꼭 나달을 꺾겠다는 의지가 강했기에 패배를 인정하기 힘들었다.

페데러가 최근 5연패에 빠지며 나달에게 무기력했던 이유는 무얼까.

전문가들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포인트를 따내는 나달의 끈질긴 인내심 앞에 페데러가 흔들리며 자멸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나달은 우승 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테니스를 포함한 어떤 종류의 경쟁도 좋아한다. 승리보다도 그 과정을 즐긴다”며 특유의 승부근성을 드러냈다.

주원홍 삼성증권 명예감독은 “호주오픈 코트에선 공이 잘 튀어 나달의 주무기인 톱스핀이 더욱 위력을 보였다. 왼손잡이인 나달이 높은 볼 처리에 약점이 있는 페데러의 백핸드 쪽으로 집요하게 공략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제 나달과 페데러는 누가 먼저 4대 메이저 타이틀을 모두 따내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지를 다투게 됐다. 페데러는 프랑스오픈에서만 우승이 없고 나달은 US오픈 트로피를 수집하지 못했다. 나달은 상승세를 몰아갈 기세이며 페데러는 절치부심 속에 ‘나달 징크스’ 탈출을 위한 비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여 이들은 코트를 더욱 뜨겁게 달구게 됐다.


스포츠에서는 이처럼 한 시대를 풍미하는 라이벌 구도가 팬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테니스에서 존 매켄로(미국)와 비에른 보리(스웨덴)는 1978년부터 3년 동안 14차례 맞대결을 벌여 7승 7패로 팽팽히 맞섰다. 여자 테니스 스타 크리스 에버트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이상 미국)는 1973년부터 1988년까지 장수하며 80차례나 맞붙었다. 1990년대 모범생 스타일의 피트 샘프러스와 반항아 이미지가 강했던 앤드리 애거시(이상 미국)는 흥행 몰이에 나섰다.

골프에서 아널드 파머와 잭 니클라우스가 남다른 개성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복싱 대결은 세월이 흘러도 많은 팬의 기억에 남아 있다. 미국프로농구에서는 윌트 체임벌린과 빌 러셀, 래리 버드와 매직 존슨 등이 대표적인 맞수로 불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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