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졸게하는 ‘SK의 진화’

  • 입력 2009년 1월 30일 08시 35분


日 고지캠프 지옥훈련 알아서 척척

SK 김성근 감독이 평가전 도중 졸았다? SK의 일본 고지캠프를 1주일간 지원하고 돌아온 박철호 홍보팀장의 ‘증언’이다. 물론 김 감독이 직접 ‘고백’한 말이기도 하다.

일구이무(공 하나에 두 마음이 있을 수 없다)란 격언을 철칙으로 삼는 김 감독이 정말로 졸았는지는 중요치 않다. 진짜 메시지는 지금 SK 캠프의 분위기가 김 감독이 손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여유 넘치고 순조롭다는 데 있다.

실제 김 감독은 최근 코치들에게 “이제 가급적 나는 안 나서겠다”는 선언을 했다고 한다. 다른 구단에서야 당연한 소리겠지만 가정교사식 일대일 교습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김 감독의 강박증적 완벽주의를 고려하면 놀라운 변화다.

김 감독조차 할 일 없게 만들어버린 SK의 훈련장 풍경에 대해 이적생 안경현은 이렇게 감탄했다. “이 힘든 훈련을 치르고도 인상 구기는 선수 하나 없이 늘 웃음 짓고 선후배간에 스스럼없이 장난치는 분위기는 SK에서만 볼 수 있을 것이다.”

과거 2년에 비해 훈련 강도는 줄지 않았다. 김 감독의 야간 정신훈육도 여전하다. 예외를 두지 않는 원칙도 같다. 정근우는 손가락 실금이 생겼어도, 제춘모는 손가락 물집이 잡혔어도 훈련을 강행하고 있다.

선수들이 ‘지옥’을 받아들이는 마인드가 긍정적으로 진화한 셈이다.

일례로 SK에서는 내기도 훈련이다. 캔 맥주를 걸고 의자에 표적을 그려놓고 거기에 번트 타구를 맞히는 내기, 외야에 좁은 골대를 설치하고, 그 안에 타구를 날려 보내면 이기는 내기 같은 것을 하고 있다.

김성근 집권 3년차를 맞아 SK 선수들은 ‘실미도’에서도 기쁨을 찾는 경지를 터득한 셈이다. 2년 연속 우승이 가져온 여유와 김성근 감독의 3년 재계약 효과는 양념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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