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의 ‘비명’… 맨유 장기집권 ‘서곡’

  • 입력 2009년 1월 15일 08시 39분


맨유 vs 첼시전을 통해 본 2008-2009 EPL 우승판도 변화

《“아, 이제 무슨 재미로 EPL 2008-2009 시즌을 볼 것인가? ”

현지시각 11일 프리미어리그(EPL)의 두 자이언트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첼시의 경기가 맨유의 3-0 완승으로 끝나자 한 영국 기자가 무심코 내뱉은 말이다.

경기 전부터 영국언론은 이번 시즌 최고의 빅 경기라며 의미를 부여했으나 사실 이번 맞대결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이제 맨유의 리그 3연패와 첼시의 스콜라리 체제가 실패했음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첼시의 구단주 아브라모비치에게는 당분간 첼시가 리그 우승이라는 그의 꿈을 실현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첼시의 패배를 가슴 아프게 지켜본 이는 아브라모비치 만이 아니다.

1990년 이후 리그 우승을 하지 못해 잉글랜드 역사상 최고의 명문클럽이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받아오며 절치부심하던 리버풀의 보스 베니테즈에게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가 되고 말았다.

빅4 잔류가 불투명할 정도로 우승 가시권에서 멀어진 아스널과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빅4 진입만으로도 대성공으로 받아들일 애스턴 빌라만이 담담히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이다.

한마디로 맨유의 EPL 장기독주의 서막을 알리는 경기였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EPL의 흥미가 반감하고 말았다는 지적이 미디어와 팬들에게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전술에서 앞선 퍼거슨의 완승

그렇다면 무엇이 이 단 한 경기로 퍼거슨의 장기집권을 전망하게 하는 것일까.

먼저 스콜라리에 대한 퍼거슨의 완승을 들 수 있다.

첼시와 너무 빨리 만났다는 퍼거슨과 부디 무승부로 끝나기를 바란다는 베니테즈의 말처럼 이번 경기는 리그 우승의 향배를 가를 중대한 길목에서 만났고, 승리하는 팀은 리버풀과 함께 우승에 도전하는 팀으로 남겠지만 패배하는 팀은 사실상 꿈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를 너무나 잘 아는 퍼거슨과 스콜라리는 사활을 건 대결을 준비해왔고 최상의 전력으로 대비해왔음은 물론이다.

퍼거슨은 박지성을 교체멤버에서 뺄 정도로 첼시전을 준비했고, 스콜라리는 첼시의 초호화군단 중에서도 최고의 정예멤버로 맞섰다.

결과는 맨유의 3-0 낙승, 그러나 문제는 경기 내용에서도 3-0 이상 가는 대승이었다는 점이다.

더욱이 맨유는 수비의 핵인 리오 퍼디난드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EPL 골득실차 1위를 달리는 막강한 첼시의 화력을 완벽하게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BBC의 알렌 한센은 “첼시가 이토록 강한 압박을 받는 경기는 처음 본다”는 말로 놀라움을 전했다.

맨유의 미래 희망이라는 에반스와 첼시의 미드필드진을 초토화한 긱스를 기용한 퍼거슨에 스콜라리는 경기 내내 이렇다 할 대처를 하지 못했다.

경기 후 스콜라리는 “0-1로 졌다면 선수들의 잘못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0-3으로 진 것은 전적으로 내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귀중한 승리를 거뒀음에도 너무나 차분히 인터뷰에 응하는 퍼거슨에 비한다면 스콜라리는 문제의 해답을 알지 못해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첼시 팬들도 첼시의 문제는 선수들이 아니라 감독 스콜라리에 있다는 의견인데, 이는 무리뉴 시절 2004-2005 시즌 76.6%, 2005-2006 시즌78.5%, 2006-2007 시즌 70%의 승률을 올렸고 무리뉴/그랜트체제의 2007-2008 시즌에도 63.3%의 승률을 자랑하던 첼시를 스콜라리가 현재까지 53.3%의 승률로 망가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마다 막대한 투자로 전력을 보강하고 있는 부자구단 첼시로서는 분명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이다.

더욱이 불패신화를 구가하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조차 열세를 면치 못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첼시 팬들 사이에서 스콜라리의 신임은 찾기 어려워진다.

아브라모비치의 스콜라리 경질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스콜라리는 “지금은 팀이 하나로 뭉칠 때”라고 호소하고 나섰지만, 이는 자신이 앞으로도 계속 첼시의 매니저로서 팀의 리더십을 행사겠다는 메시지로 내부용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장은 대안도 없이 스콜라리를 물러나게 하는 일은 없겠지만 이번 시즌 막판까지 우승전선에서조차 남아 있지 못한다면 그가 전임자들의 길을 따르게 될 거라는 전망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맨유 리그 3연패 한발 더 다가서

백전노장 퍼거슨은 첼시의 하강국면은 벌써 시작되었으며 이는 첼시가 스타급으로 이미 완성된 선수 위주로 사들이는데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구단주로부터 단기적으로 성적을 내야 하는 강한 압력을 받고 있는 스콜라리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겠지만 퍼거슨 자신은 호날두, 루니, 비디치, 에브라, 캐릭 등 잠재력 있는 어린 선수들을 키워 조직력 있는 완성된 팀을 만들어 왔다는 말로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실제로 퍼거슨은 세르비아의 유망주 조란 토시치와 아뎀 랴지치를 얼마 전 영입한데 이어 역시 세르비아 출신의 16세 신예 필립 듀리치치 발굴 일보 직전에 와있다.

현재 리그 1위는 리버풀, 2위는 첼시, 그리고 맨유는 3위에 불과하다. 그러나 맨유는 2경기를 덜 치러 예상대로 모두 승리할 경우 승점 46점의 리버풀을 제치고 47점 1위로 올라서게 된다. 문제는 앞으로 경기 일정이다.

맨유는 홈경기가 10경기 남아있는데 반해 리버풀과 첼시는 9경기가 남아있다.

특히 맨유가 리그 테이블 상위 6개 팀과는 원정이 없는 반면 첼시는 리버풀, 애스턴 빌라, 아스널과의 험난한 원정이 남아있다.

영국의 대표적 일간지 더 타임즈는 남은 일정을 감안할 때 맨유가 승점 90점을, 리버풀이 87점 정도를 획득할 것으로 전망하며 맨유의 리그 3연패 가능성이 높음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것도 리버풀이 3월 14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유에 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반면에 첼시는 승점 79점으로 EPL 고전 맨유와 리버풀의 충돌을 멀리서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관심의 초점은 클럽 월드컵을 들어 올린 맨유의 5관왕(EPL, FA컵, 칼링컵, 챔피언스 리그) 달성 여부로 모여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너무 재미가 없지 않겠느냐는 한 맨유 팬의 얼굴에 여유로운 웃음이 묻어난다.

요크(영국) | 전홍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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