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수장 인선 ‘물밑 갈등’ 장기화 되나

  • 입력 2008년 12월 24일 02시 59분


총재의 빈자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추대된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이 총재직 고사 의견을 밝힌 것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23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KBO 이사회에 참석한 프로야구 사장단이 착잡한 표정을 하고 있다. 사장단은 당초 이 모임에서 유 이사장을 차기 KBO 총재로 공식 추대할 예정이었다. 연합뉴스
총재의 빈자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추대된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이 총재직 고사 의견을 밝힌 것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23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KBO 이사회에 참석한 프로야구 사장단이 착잡한 표정을 하고 있다. 사장단은 당초 이 모임에서 유 이사장을 차기 KBO 총재로 공식 추대할 예정이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사장단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불참한 롯데 박진웅 사장을 제외한 7개 구단 사장들은 마주 보고 앉아 있었지만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삼성 김응룡 사장은 창 너머 하늘만 쳐다봤고 SK 신영철 사장은 허탈한 모습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상우 총재가 중도 사퇴한 뒤 총재 직무대리를 맡은 하일성 사무총장은 연방 이상일 운영본부장과 귓속말을 나눴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의 수장을 추대하기 위해 23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 5층 회의실에서 열린 KBO 이사회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날 이사회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8개 구단 사장단이 16일 간담회에서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제17대 KBO 총재로 추대할 뜻을 모았지만 유 이사장이 엿새 만에 고사하면서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1시간여 만에 끝났다. 하일성 직무대리는 기자회견에 앞서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야구에 애정이 있고 야구 발전에 기여할 인사를 모시기 위해 좀 더 협의할 것”이라며 “총재 인선은 공모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할 것이고 내년 초 이사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임 총재로 다시 정치권 인사가 거론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치권 얘기는 없었다”면서도 “정치권 인사를 배제해야 한다는 말도 없었다”며 여운을 남겼다.

이사회 직후 한 구단 관계자는 “어제 유 이사장의 고사로 사실상 (정부의 뜻대로) 끝난 것 아니겠느냐”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압력으로 유 이사장이 뜻을 접은 상황에서 8개 구단이 다시 ‘민선 총재’를 추대하기는 어려워졌다는 얘기였다.

한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이날 KBO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만장일치로 추대한 유 이사장을 문화부가 반대하는 것은 국민의 지지 속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이명박 정부의 개혁에 역행하는 일이고 시대착오적인 일”이라고 꼬집으며 “유 이사장께서도 마음을 바꾸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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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황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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