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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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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사가 확정된 순간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용달차를 몰고 다니며 생선을 팔아 아들을 뒷바라지한 아버지….
윤정수(23·수원시청)가 4년 만에 다시 열린 천하장사대회 타이틀을 아버지 윤왕규(47) 씨에게 바쳤다.
윤정수는 13일 남해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천하장사 결승전(5전 3선승제)에서 유승록(용인백옥쌀)을 3-2로 이겼다. 전날 백호-청룡 통합장사에 이은 2관왕.
윤정수는 경기 초반 6월 문경대회 청룡장사 유승록에게 밀렸다. 첫째 판에서 맞배지기를 한 뒤 연속 공격을 하려다 유승록에게 되치기를 당했다. 둘째 판에서 경고승을 거뒀지만 셋째 판은 잡채기로 내줬다.
윤정수는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고 다짐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모습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넷째 판을 잡채기로 따낸 윤정수는 다섯째 판에서 마지막 힘을 쏟아 부었다. 그는 종료 47초 전 지친 유승록을 밀어치기로 모래판에 쓰러뜨리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윤정수는 “감독님께 죄송하지만 고생하신 아버지를 천하장사 꽃가마에 태우겠다”며 활짝 웃었다. 아들 대신 꽃가마에 앉은 아버지는 천하를 얻은 듯 행복한 모습이었다.
윤정수는 인천 부개초교 2학년 때 ‘큰 몸’이 눈에 띄어 씨름을 시작했다. 빛을 본 것은 수원시청에 입단하면서부터. 몸무게가 170kg이나 나가지만 들배지기 등 다양한 기술을 갖춰 청룡급(105kg 초과)을 평정했다.
윤정수는 “평소 존경하던 이태현 선배가 씨름판으로 돌아와 기쁘다”며 “내년 설날 대회에서 멋진 승부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