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금…금…” 베이징 금빛바람 찜통더위 날렸다

  • 입력 2008년 8월 11일 03시 00분


박태환-여자양궁쾌거

“외국 스타들 즐비한데” 의구심이 환호성으로

조오련 “기적같은 일…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TV-대형 스크린 보며 “대∼한민국” 한 목소리

박태환(19·단국대) 선수가 한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고 여자 양궁선수들이 올림픽 6연패를 이룬 10일 전국 곳곳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집과 식당, 야외에서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던 시민들과 선수 가족들은 승리가 확정될 때마다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지르며 기쁨을 나누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잠실5동 잠실지하상가에서는 대형 TV 앞에 50여 명의 시민이 박 선수가 출전한 자유형 400m 결선을 보며 즉석 응원전을 벌였다. 시민들은 경기 시작 전까지도 “다른 선수들 기록이 너무 좋다” “올림픽 금메달이 쉽겠느냐”며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박 선수가 150m 지점을 지나면서 선두로 치고 나오자 시민들은 손에 땀을 쥐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일부 시민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껑충껑충 뛰며 박 선수를 응원했고, 한편에서는 눈을 감고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선수가 1등으로 터치패드를 찍자 시민들은 자연스레 “만세”를 외치며 열광했고,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한동안 박 선수의 다음 경기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TV 앞을 떠나지 못했다.

같은 시간 서울역 대합실에서도 열차 출발시간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박 선수의 선전에 한마음이 돼 환호성을 질렀다. 김진수(45) 씨는 “올림픽 수영무대를 제패한 박태환이 자랑스럽다. 한국 선수단이 목표인 종합 10위를 꼭 이루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일부 시민은 중계에 정신이 팔려 열차시간을 잊고 있다가 황급히 개찰구로 뛰어가기도 했다.

박 선수의 모교인 경기 용인시 단국대 죽전캠퍼스에서는 경기 시작 2시간여 전인 오전 9시부터 학생과 교직원, 지역 주민 200여 명이 모여 응원전을 펼쳤다.

이들은 대학 본관 야외 로비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결승전을 지켜보며 박 선수의 선전을 기원했다. 이 자리에는 단국대 김상홍 부총장과 단국대 응원단 치어리더 4명이 참석해 경기 전부터 율동과 노래로 분위기를 띄웠다.

이들은 경기 초반부터 선두권을 달리던 박 선수가 1위로 골인하자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우렁찬 박수를 보내며 감격에 겨워 어쩔 줄 몰라 했다.

1970년과 1974년 아시아경기에서 연달아 2관왕에 올라 ‘아시아의 물개’라는 별명을 얻었던 원조 수영스타 조오련(56) 씨는 박 선수의 금메달 소식에 “박태환이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며 기뻐했다.

조 씨는 “박 선수가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왜 세계의 벽을 넘지 못했을까’ 하는 질투심마저 들었다”며 “아직 경기가 더 남아있는 만큼 수영을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오후 전북 군산시 성산면에 있는 박성현(25·전북도청) 선수의 고향집에서는 박 선수가 쏜 마지막 화살이 10점짜리 과녁에 명중하며 양궁 여자단체전의 금메달 획득을 확정짓자 “만세”와 “대한민국”을 외치며 기뻐했다. 아버지 박정복(60) 씨는 “또다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니 기쁘고 감격스럽다”며 기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5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대한올림픽위원회가 설치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양궁 여자 단체전과 축구 예선 이탈리아전을 지켜보며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한편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딴 직후 그룹 숙소에서 응원을 하던 ‘소녀시대’ 멤버 윤아와 태연은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딴 순간 기뻐서 함성을 지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소녀시대’ 노래가 나와서 무척 기뻤다”고 말했다.

또 박 선수와 동갑내기 친구로 알려진 그룹 ‘원더걸스’의 선예도 금메달 소식에 기뻐했다.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 측은 “선예가 숙소에서 코디, 외국어 선생님과 함께 경기를 지켜봤으며 금메달을 따자 막역한 친구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용인=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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