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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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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짜릿한 끝내기 홈런을 친 선수는 가끔 이런 얘기를 한다.
공이 크게 보인 덕분에 더 잘 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스타 미키 맨틀은 호쾌한 장타를 날리고 나면 “공이 자몽만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반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뛴 왕년의 강타자 조 메드윅은 슬럼프에 빠져 헛스윙이 잦아질 때는 “아스피린을 보고 휘두른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럼 골프에서도 이런 현상이 벌어질 수 있을까.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고 한다.
좀처럼 3퍼트를 모르며 퍼트를 했다 하면 족족 ‘OK’거리에 붙이는 골퍼는 홀이 실제보다 크게 보인다고 한다. 반면 ‘냉탕 온탕’을 반복하며 홀 이쪽저쪽을 왔다 갔다 하는 골퍼는 홀 사이즈가 작게만 느낀다는 것이다.
미국 인디애나 주 퍼듀대 심리학 연구진은 최근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골퍼 46명에게 18홀 라운드를 하게 한 뒤 포스터에 그려놓은 지름 90∼130mm의 검은 구멍 9개 가운데 자신이 느끼는 홀의 크기를 선택하도록 했다. 골프코스 그린에 뚫려 있는 실제 홀의 지름은 108mm.
그 결과 큰 구멍을 선택한 골퍼일수록 그날 스코어가 좋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퍼트를 잘하는 사람은 홀을 실제보다 크게 보고 못하는 사람은 작게 본다는 것이다.
스코어가 좋았던 한 실험 참가자는 “홀이 양동이나 농구 림만 해 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연구진은 “골퍼가 스코어를 줄이기 위해 신경을 집중할 때 홀의 위치는 수용체가 많이 분포된 시야의 중심부에 놓이게 되므로 홀을 더 똑똑하게 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원리에 감춰진 비밀을 푼다면 몇 타 정도는 쉽게 줄일지도 모른다는 게 이 연구진 측의 설명이다.
국내 프로골프에서 통산 최다인 43승을 거둔 ‘영원한 현역’ 최상호(53·카스코)도 결정적인 퍼트를 성공시킨 뒤 “홀이 이상하게 커보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그는 퍼트를 잘하는 비결을 “눈이 좋아야 하며 자신의 감각과 집중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린에만 올라가면 어딘가 불안해지는 주말골퍼라면 귀담아 들을 만한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