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2승투’ 세가지 의미

  • 입력 2008년 6월 2일 08시 32분


“은퇴를 생각한 적도 있었다. 다시 빅리그 마운드에 설 수 있을지, 90마일(145km)대 직구를 던질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조국 팬들이 보내온 수많은 편지와 격려 메시지에 보답하기 위해서 최소한 1경기, 1시즌만이라도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다시 서기를 갈망해왔다.”

만화가 최훈은 카툰집 에서 ‘잘하든 못하든 한국인은 박찬호를 응원한다. 그것은 일종의 부채의식’이라고 촌평했다. IMF 시절 ‘우울한 조국에 희망을 던져준’ 고마움을 잊지 못하고 있어서다.

LA 다저스로 돌아온 박찬호(35)가 시즌 2승을 거둔 다음날인 1일(한국시간) LA 지역지 <프레스 텔레그램>은 ‘최초의 한국인 빅리거 박찬호의 좌절은 팀의 실패만이 아닌 한국민의 실패일 수 있다. 바로 이런 정서가 박찬호를 떠받치는 원천’이라고 언급했다.

태극기를 등에 지고 던져야 했던 운명은 결과적으로 박찬호의 야구 인생을 구원했다. 전성기 구위가 아니라고 자인했지만 박찬호는 은퇴 대신 재도전을 감행했고, 성취했다. 31일 뉴욕 메츠전 시즌 2승투이자 통산 115승투는 포기하지 않는 집념에 대한 기념비적인 보답이었다.

박찬호는 31일 메츠 원정 4회 2사 만루에서 구원 등판해 3.1이닝 2안타 3볼넷 3삼진 1실점을 기록, 팀의 9-5 승리의 버팀목을 놓았다. 5선발 경쟁자였던 클레이튼 커쇼가 무너진 상태(3.2이닝 4실점)에서 얻어낸 승리라 가치는 더했다.

특히 이 승리가 각별한 이유는 세가지다. 첫째 그를 평가절하했던 윌리 랜돌프 메츠 감독 앞에서 거둔 승리란 점이다. 박찬호는 지난해 메츠에 입단했지만 랜돌프는 단 1경기만 기회를 주고 바로 내려버렸다. 이후 박찬호는 휴스턴 마이너(라운드락)로 이적했지만 끝내 빅리그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둘째 이 경기로 조 토리 감독은 뉴욕 양키스 감독 사임 뒤 뉴욕에서 첫 승리를 얻었다.

셋째 박찬호의 호투 덕분에 다저스는 4연패 수렁에서 벗어났다. 아울러 승률 5할(27승 27패)도 복귀했다. 다저스가 1일 메츠에 패한 점에 미뤄볼 때, 연패 장기화에서 건져낸 승리인 셈이다.

이로써 박찬호의 방어율은 2.41이 됐다. 불펜으로만 15차례 등판해 얻은 성과다. 토리 감독은 “커쇼에게 5선발 기회를 한 번 더 주겠다”고 언급해 박찬호는 당분간 불펜에 머물 전망이다.

LA | 문상열 통신원

[관련기사]9년째 쫓아다닌 ‘박찬호-타티스 악연’

[관련기사]박찬호 “은퇴 고려했었다”

[관련기사]박찬호, 메츠전 3⅓이닝 1실점..시즌 두번째 승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