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근 “스승의 날 승리선물 몸과 맘 따로노네”

  • 입력 2008년 5월 16일 08시 39분


“흠. 오늘이 1년 중에 가장 치열한 경기를 하는 날인데….”

롯데 주장 정수근(31)은 15일 마산 삼성전에 앞서 짐짓 심각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어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게 돌아온 정수근의 답변. “오늘이 무슨 날입니까. ‘스승의 날’ 아닙니까.”

이유는 이랬다. 선수들이 각 팀 코칭스태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 거의 모든 감독과 코치가 똑같은 얘기를 한단다. “선물은 필요없으니 제발 오늘 꼭 이겨달라”는 주문. 그러니 선수들도 유독 이를 악물고 뛸 수밖에 없다. 이기면 평소보다 두 배로 뿌듯하고, 지면 코칭스태프 볼 낯이 없어지는 날이다.

올해는 롯데에 ‘스승의 날’을 처음 접하는 지도자가 두 명이나 있어서 더 그렇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페르난도 아로요 투수코치다. 로이스터 감독은 “아침에 선수들이 숙소 방문을 두드리더니 상품권을 선물했다. 한 선수에게는 최고급 넥타이도 선물로 받았다”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 감동적이었다”고 흐뭇해했다.

하지만 “승리가 진짜 선물”이라고 주장하던 정수근이 오히려 감독의 기운을 뺐다. 4회 무사 1·2루에서 짧은 안타를 더듬어 2루주자를 득점시키더니, 2-3으로 역전 당한 2사 2루에서는 조동찬의 좌전 안타를 가랑이 사이로 빠트려 타자를 2루까지 보냈다. 멋진 홈송구로 추가 실점을 막고 싶었던 모양인데…. 의욕이 너무 앞섰나 보다.

마산= 배영은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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