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의 황선홍 부산 감독은 팔짱을 낀 채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이 골로 ‘뒷심 부족’이라는 고민을 어느 정도 털어버릴 수 있게 됐다. 부산은 지난 달 19일 전남과의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후반 35분 결승골을 허용하며 1-2로 패한데 이어 26일 포항과의 홈경기에서는 1-0으로 앞서다가 후반 35분과 45분, 연속골을 내주며 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
경기 전에 만난 황 감독이 가장 우려한 부분은 바로 막판 실점으로 선수들이 다시 패배 의식에 젖어들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황 감독은 “후반 10분을 남겨놓고 실점을 한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팀이 아직 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다”며 “선수들이 작년처럼 패배 의식에 젖을까봐 걱정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압박감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황 감독의 이런 묘수가 통한 것일까. 이날 부산은 김승현의 선취골을 끝까지 잘 지켜 1-0 승리를 거두고 A조에서 수원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같은 조의 수원과 경남은 1-1로 비겼다. 수원의 연승(8경기)과 연속 2득점(10경기) 행진도 끝났다. 제주는 인천 원정에서 4-0 완승을 거두고 4경기 만에 컵 대회에서 첫 승을 올렸다.
한편, B조에서는 정규리그에서 고전하고 있는 전북이 컵 대회 3승째를 따내며 조 선두로 올라섰다. 전북은 대구 원정에서 스테보의 2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성남과 울산은 광주와 대전을 각각 1-0으로 꺾었다.
김호 감독은 이날 패배로 통산 200승 달성을 다음 경기로 미뤘다.
부산=윤태석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