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적응훈련 최적지”세계의 철각들,한국으로…

  • 입력 2008년 4월 30일 02시 59분


“춘천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분위기예요.”

강원 춘천에 사는 이미옥(38·회사원) 씨는 지난해부터 외국 선수들이 춘천 일대에서 훈련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이 베이징 올림픽의 ‘전진기지’로 자리 잡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 선수단이 제주 강원 부산 등을 속속 찾고 있는 것.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부터 29개국 69개 팀 1481명이 전지훈련을 다녀갔고 30개국 1500여 명이 현재 국내에서 훈련 중이거나 전지훈련을 올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 베이징과 비행기로 2시간 거리이고 시차는 1시간에 불과하다. 황사와 대기오염이 심각한 베이징에 비해 훈련하기에 적합하다. 중국이 최근 티베트 독립 시위와 관련해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황이라는 점도 외국 선수단의 한국 전지훈련 붐을 일으킨 원인이다.

한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개최해 전국에 체육 인프라를 갖췄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국내외 관광 명소인 제주는 외국 선수들의 전지훈련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 23일까지 농구 수영 육상 철인3종 축구 등 5개 종목 8개국 176명이 제주에서 훈련을 마쳤다.

5월부터 8월 베이징 올림픽 직전까지 일본(경영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독일(경영, 철인 3종), 미국 스위스 영국 러시아 스페인(이상 철인3종) 등 9개국 400여명이 제주에서 훈련을 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제주∼베이징 노선 항공기 기종을 대형으로 바꾸고 전세기 취항을 계획 중이다.

지난해 네덜란드는 태권도와 수영 사이클 대표팀 41명을 춘천에 파견했다. 이들은 호반체육관과 수영장, 춘천 일대 도로에서 3주간 훈련한 뒤 돌아갔다.

“산과 바다가 함께 있어 훈련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는 게 네덜란드 선수단의 얘기. 네덜란드는 7월 조정 철인3종 마라톤 펜싱 배드민턴 태권도 산악자전거 등 10종목 80여명의 선수가 춘천으로 추가 전지훈련을 올 계획이다.

충북 괴산군 김형탁 양궁훈련원은 국내외 궁사들의 명소다. 지난해 12개국 160여 명의 선수가 양궁 강국의 노하우를 배우겠다며 이곳을 찾았다.

국내 유일의 사설 양궁 전용 훈련장인 이곳은 한국 여자 대표팀 코치와 대만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낸 김형탁(58) 씨가 2004년에 만들었다. 훈련장은 길이 120m, 폭 40m로 국제양궁연맹(FITA) 규격을 갖췄다. 40명이 동시에 활을 쏠 수 있고 자세 분석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올해도 3월 덴마크와 에스토니아 양궁 국가대표팀이 다녀갔고 6월 콜롬비아, 7월 덴마크 폴란드 미국 양궁 팀이 예약을 끝낸 상태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해 베이징 올림픽 직전 전지훈련을 오려는 국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불가리아 배구 선수단 22명은 7월 26일부터 8월 6일까지 인천 도원체육관과 인하대 체육관에서 마무리 훈련을 한 뒤 베이징으로 출국한다.

이 밖에 과테말라 태권도 대표팀은 부산에 머물며 동아대와 연습경기를 하고 있고 역도 레슬링 유도 수영 육상 팀도 내한하기로 했다. 캐나다의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팀은 4월에 이어 8월에도 경북 김천실내수영장에서 훈련할 계획이다.

각 지자체의 외국 전지훈련 유치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대전시와 광주시는 체육관을 무료로 빌려주고 숙박비 50% 할인을 내걸었다. 울산시는 축구장 무료 제공과 연습경기 주선을 해주겠다고 나섰고 부산시는 경기장 및 편의시설을 알리는 영문 안내책자를 제작했다.

외국선수단 국내 전지훈련 유치 현황
지방자치단체종목인원(명)
서울태권도(캐나다)14
인천배구(불가리아)22
대구육상(카자흐스탄) 양궁(호주)45
울산축구(중국 일본 등)418
충북양궁(콜롬비아 덴마크 폴란드 미국)38
강원조정 사이클 펜싱 태권도 배드민턴 양궁 카누 철인3종 산악자전거(이상 네덜란드)83
전북태권도(그리스 오만 네덜란드) 승마(일본 중국) 배구(쿠바) 야구(일본)170
경북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캐나다)17
제주경영(일본 독일)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일본) 철인3종(미국 뉴질랜드 스위스 등)451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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