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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7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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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승1패로 대한항공 꺾고 4년연속 챔프전 진출
김호철의 ‘마법’과 박철우의 ‘한풀이’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6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3차전.
1-1로 맞선 3세트에서 현대캐피탈이 2-11, 9점 차로 뒤지자 김호철 감독은 후인정과 로드리고를 빼고 박철우와 임시형을 투입했다. 기흉(폐를 둘러싼 흉막 사이에 공기가 차는 것) 수술을 받은 박철우였기에 이번 세트를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박철우는 수술 후 6개월여를 쉬다가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맞았다.
하지만 박철우는 3세트에만 8점을 뽑는 맹활약을 펼쳐 현대캐피탈이 25-23으로 뒤집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철우는 4세트에서는 4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지만 현대캐피탈은 한껏 사기가 올랐고 4세트도 25-19로 따내 3-1 역전승(25-17, 19-25, 25-23, 25-19)을 거두고 2승 1패로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다. 2005년 프로 출범 후 4시즌 연속 챔프전 진출이자 3연속 우승 도전. 삼성화재와의 챔프전은 10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시작된다.
김 감독은 “마법이라기보다는 후인정과 로드리고가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쉬게 한 것이었다. 그런데 박철우가 너무 잘해줘 역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몸이 좋지 않은 박철우를 기용하지 않았는데 대기석에서 계속 ‘왜 안 넣어주느냐’고 눈치를 줘 투입했다”고 말했다.
박철우는 “솔직히 감독이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5일 2차전은 뛰지도 못했다. 나를 생각해서 그런다고는 하지만 선수는 경기에 뛰지 않으면 속이 상한다. 그래서 들어가면 미친 듯이 뛰어보자고 했는데 감독이 불러줬다. 그래서 신나게 때렸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박기원 LIG화재보험 감독은 “박철우가 잘한 게 아니라 김 감독이 선수 기용을 절묘하게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은 보비(26득점)와 장광균(15득점)이 분전했지만 3세트에서 방심하며 역전을 허용해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현대캐피탈에 2패를 한 데 이어 올해도 1승 2패로 챔프전 문턱에서 돌아섰다.
문용관 대한항공 감독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선수들이 자멸해 놓쳤다. 3세트에서 박철우를 잡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말했다.
인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