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산책]창원 농구팬 “사랑해요∼ LG”

  • 입력 2008년 4월 4일 03시 00분


“창원실내체육관 가 주세요.”

“아, 오늘 삼성과 경기 있죠?”

농구 담당 기자들은 시즌 내내 전국을 돌아다닙니다. 서울 팀(삼성, SK)을 제외한 8개 팀이 각지에 흩어져 있거든요. 열차나 고속버스를 타고 현지에 도착하면 보통 경기장까지 택시를 타고 갑니다. “거기서 오늘 뭐 해요”라고 묻는 다른 지역과 달리 창원 택시 운전사들은 십중팔구 경기 내용을 알고 있습니다. 창원은 프로농구 LG의 안방입니다.

LG는 1997∼98시즌부터 참가했습니다. 한 번도 연고를 바꾸지 않고 11시즌을 보냈고 그중 8번(4강 6번)이나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겨울에 펄펄 날던 LG는 봄만 되면 맥을 못 췄습니다. 재계 라이벌인 삼성, 현대, SK와는 달리 한 번도 챔피언 반지를 끼지 못했습니다. ‘정규시즌 우등생, 포스트시즌 열등생’인 셈이죠.

관중 동원에서 LG는 늘 최우등생이었습니다. 창단 이후 11시즌 연속 홈 개막전 매진이라는 진기록을 세웠고 9번이나 정규시즌 관중 동원 1위에 올랐습니다. 정규시즌 최초의 통산 100만, 120만 홈 관중 돌파도 LG의 몫이었습니다. 이번 시즌 관중은 15만4086명으로 SK보다 3700명 적어 2위가 됐지만 1인당 평균 입장수입(4371원)에서는 여전히 선두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관중이 거저 찾은 것은 아닙니다. 창단 직후부터 지역 업체들과 협력해 창원 어디서든 티켓을 예매할 수 있도록 했고 모든 홈경기에서 팬 맞춤형 이벤트를 개발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이례적으로 경기장에서 맥주 판매 서비스를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우승 한 번 못한 팀이지만 독특하고 꾸준한 마케팅이 창원을 농구 도시로 만들었습니다.

LG는 1일 삼성과의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져 시즌을 마쳤습니다. 응원하던 처지에서는 화가 났을 법도 했지만 수많은 팬은 경기장을 떠나는 선수들을 에워싸고 힘내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눈물을 훔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프로는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고 합니다만 관중 없는 팀이라면 그 의미는 반감될 겁니다. LG도 언젠가는 우승컵을 들어올리겠죠. 그 원동력에는 창원 팬들의 변함없는 성원이 있을 겁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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