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힘껏… 애국가도 맘껏 불러라

  • 입력 2008년 3월 26일 02시 50분




월드컵예선 남북戰 우여곡절 끝 오늘밤 상하이 격돌… 조재진 원톱-박지성 중앙 투입

“결코 물러설 수 없다.”

26일 오후 8시(한국 시간) 중국 상하이 훙커우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한국-북한의 경기.

당초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경기가 상하이로 오게 된 것부터가 남북 자존심 싸움의 시작이었다. 북한이 국제축구연맹(FIFA)이 규정한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제창’을 거부하면서 한국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FIFA의 중재에도 북한은 제3국을 선택했다. 북한은 “공화국 창건 이래 북한에 단 한 번도 태극기와 애국가가 허용된 적이 없다”는 이유로 김일성경기장의 10만 홈 관중까지 포기하고 상하이로 왔다.

태극기와 애국가로 촉발된 자존심 대결의 최종 마침표가 이날 찍히게 된다. 남과 북은 물론 전 세계가 이날 경기에 관심을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이날 경기는 나란히 1승씩을 챙긴 남북한이 조 선두로 나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은 1차전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을 4-0으로, 북한은 요르단을 1-0으로 각각 따돌렸다.

객관적인 전력은 FIFA 랭킹 47위의 한국이 북한(126위)보다 우위. 역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5승 4무 1패로 앞서 있다. 하지만 ‘한일전’이 그렇듯 남북 대결은 전력 외적인 변수가 많다. 한국은 지난달 중국 충칭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10명이 싸운 북한과 1-1로 비기는 등 최근 북한과 치른 두 경기에서 연속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허정무 감독은 “방심은 금물”임을 강조하며 빈틈없는 전략을 짜고 있다. 허 감독은 수비 위주로 나올 북한을 무너뜨리기 위해 ‘제공권’이 능한 조재진(전북 현대)을 최전방에 내세울 계획. 밀집 수비를 펼치는 북한 수비라인을 좌우 사이드 돌파에 의한 크로스로 무너뜨린다는 계산이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대형 엔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나서고, 좌우 공격수는 염기훈(울산 현대)과 설기현(풀럼)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수비를 두텁게 한 뒤 ‘인민 루니’ 정대세(가와사키 프론탈레)를 원톱에 내세우고 세르비아리그에 진출한 홍영조(베자니아 베자니아)를 왼쪽, 문인국을 오른쪽 날개로 각각 투입하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프리킥이 일품인 홍영조는 요르단과의 1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북한의 대표적인 공격수. 그의 합류로 최전방에서 홀로 분투하던 정대세는 큰 힘을 얻었다.

상하이=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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