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산책]화끈한 柳장관… 체육 지원도 화끈했으면…

  • 입력 2008년 3월 21일 02시 58분


그는 연기자이자 공연기획자이고 이제는 한 부처의 장관이다. 그는 문화를 사랑하고 스포츠를 즐기는 문화체육인이기도 하다. 유인촌(57)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얘기다. 그와는 몇 가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

2002년 4월, 그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유시어터 대표였다. 당시 유시어터에서는 한 인기 여성 탤런트의 모노드라마가 열리고 있었다. 남성 중심의 호주제도와 이혼녀의 애환을 다룬다던 그 작품은 실망스러웠다.

유 대표가 특정 연예인을 간접 홍보하는 수준의 작품을 위해 대관해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맥베스’를 사랑했고 창작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를 제작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았던 그였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솔직했다.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후배의 간곡한 대관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2년 뒤 다시 만난 그는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돼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당시 서울시장)과의 친분으로 서울시의 문화정책을 이끄는 역할이었다. 그는 매사에 적극적이었다. 자신이 직접 출연한 CF 출연료 2억7000만 원을 재단 공연예술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문화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자 스스로 ‘문화복덕방’ 역할을 자청하며 거금을 내놓았다.

유 대표는 재단 사무실이 있던 남산으로 시청 출입기자를 초청해 달리기 행사도 열었다. 그와 함께 가을비를 맞으며 남산 뒷길 6.6km를 함께 달린 기억이 새롭다. 그가 검도 승마를 즐기고 마라톤 풀코스를 3차례나 완주한 스포츠 마니아라는 사실을 안 것도 그때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됐다. 유 장관은 10년 만에 문화관광부에 ‘체육’이 덧붙은 부처의 수장이다. 올림픽과 야구 축구 등 스포츠는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든다. 하지만 스포츠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은 미약했던 게 사실이다. 예술인이자 스포츠 마니아인 그가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체육계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 그의 솔직함과 적극성을 믿기에….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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