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베링해협 횡단 원정대 설악산서 극한 훈련

  • 입력 2008년 1월 7일 02시 52분


“그 어려운 길을 왜 또 가십니까?”(기자)

“글쎄요. 도전이 제 삶이고 인생, 그 자체여서 아닐까요?”(박영석)

박영석(45·골드윈코리아 이사) 원정대장이 다시 등산화 끈을 질끈 맨다. 지난해 5월 에베레스트 서남벽에서 혈육과 같은 동료(오희준, 이현조)를 잃은 지 8개월 만이다. 이번 목표는 지난해 3월 한 번 고배를 마셨던 베링해협.

서쪽은 러시아 시베리아, 동쪽은 미국 알래스카로 이어지는 베링해협의 최단 거리는 88km. 하지만 유빙이 강풍에 떠밀려 내려가기 때문에 실제 도전 거리는 300km가 넘는다.

물 반, 얼음 반의 혹독한 루트. 영하 30도에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이 부는 혹한 지대다. 숱한 원정대가 도전했지만 러시아팀(1997년)과 영국-미국 연합팀(2005년)만 이 ‘지옥 길’을 건넜다.

박 대장은 지난 원정에서 목적지를 27km 남겨두고 갑작스러운 태풍에 휩싸여 아쉽게 중도 포기했다.

박 대장을 중심으로 이형모(29), 홍성택(42), 이용택(35) 대원으로 구성된 이번 원정대는 지난해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설악산 토왕성 폭포 좌벽에서 첫 훈련을 가졌다.

낮에는 150m 높이 수직에 가까운 암벽을 오르내렸다. 밤에는 골짜기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노숙을 했다. 혹한은 매서웠다. 밤 기온은 영하 15도로 떨어졌고 바람마저 심해 체감 기온은 영하 40도를 밑돌았다.

박 대장은 “한밤중 강한 돌풍이 불어 텐트가 뒤집혀 자다 말고 나와 텐트를 부여잡기도 했다”고 고생담을 전했다.

훈련은 계속 이어진다. 원정대는 이달 중순 영하 30도의 냉동 창고에 들어가 새 장비의 작동 여부를 체크한다. 북극의 유빙 지대에 대비해 썰매를 타고 얼어붙은 강을 건너는 훈련도 한다. 이달 말에는 한라산에서 마무리 훈련을 한다. 원정대는 다음 달 15일 알래스카로 출국해 같은 달 25일쯤 베링해협 횡단에 나설 예정이다.

박 대장은 “결국 날씨가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유빙의 양과 속도, 그리고 날씨를 잘 살펴 동양인 최초로 베링해협 횡단에 성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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