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KS신화’를 쓰다…두산에 5-2 역전승

  • 입력 2007년 10월 3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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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신, 날다!” SK 김성근 감독(위)이 29일 생애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룬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정규리그 1위도 달성해 통합 우승의 업적을 이뤘다. 인천=김미옥  기자
“야구의 신, 날다!” SK 김성근 감독(위)이 29일 생애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룬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정규리그 1위도 달성해 통합 우승의 업적을 이뤘다. 인천=김미옥 기자
“봤지? 내가 해냈어!” 부상과 부진을 이겨내고 프로야구 최고의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SK 김재현. 그가 29일 6차전에서 2-1로 앞선 3회 쐐기 솔로포를 터뜨린 뒤 홈으로 들어오며 환호하는 관중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인천=김미옥  기자
“봤지? 내가 해냈어!” 부상과 부진을 이겨내고 프로야구 최고의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SK 김재현. 그가 29일 6차전에서 2-1로 앞선 3회 쐐기 솔로포를 터뜨린 뒤 홈으로 들어오며 환호하는 관중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인천=김미옥 기자
인천 문학구장에서 연안부두까지는 직선거리로 9km 남짓. 1982년 삼미 시절부터 꼴찌를 7번이나 했던 인천의 야구팬들이 부르는 ‘연안부두’ 노랫소리가 부두까지 퍼질 듯 힘찼다.

29일 문학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

SK가 두산을 5-2로 꺾고 2000년 창단 후 8시즌째에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SK 김성근 감독은 프로 무대에서 처음 우승 사령탑이 되는 감격을 누렸다. 1998년 현대(2000년 수원 이전) 이후 인천 연고팀이 우승한 것은 9년 만이다.

SK는 기적을 만들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첫 두 경기를 내준 팀이 우승한 경우는 ‘0’. 하지만 SK는 거침없는 4연승으로 시리즈를 마쳤다.

1994년 신일고를 졸업하고 LG에 입단한 김재현은 고졸 신인으로는 처음으로 20홈런-20도루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뒤 그해 챔피언 반지까지 끼었다. 하지만 2002년 다리와 골반을 잇는 고관절이 썩어 가고 있다는 진단을 받으며 선수생활의 기로에 섰다. 시즌 중 그라운드를 떠났던 김재현은 그해 가을 한국시리즈 무대에 나갔다. 당시 사령탑은 김성근 감독이었다. LG는 삼성에 2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었고 김재현은 6차전에서 5-5로 맞선 6회 대타로 나가 2루타성 타구를 날린 뒤 절룩거리며 1루를 밟는 데 그쳤다. LG는 끝내 삼성에 무릎을 꿇었다. 김 감독은 “그때 마지막 기회를 줬다고 생각했는데 김재현이 살아 돌아왔다”고 회고했다.

대수술을 한 뒤 그라운드로 돌아온 김재현은 2005년 자유계약선수(FA)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올 시즌 84경기에 나가 타율 0.195에 5홈런 19타점으로 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한물갔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온 것도 당연했지만 김재현은 큰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한국시리즈 3차전 결승타, 4차전 결승 득점에 이은 쐐기 솔로포, 5차전 결승 3루타 그리고 6차전 쐐기 솔로포.

이날 선취점은 두산의 몫이었다. 전날까지 13타수 1안타로 부진했던 김동주가 왼쪽 담장을 맞히는 적시 2루타를 터뜨린 것. 하지만 SK의 상승세를 꺾기에 1점은 부족했다. SK는 3회 정근우의 투런 홈런으로 승부를 뒤집었고 김재현은 두산 선발 임태훈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리며 ‘기적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었다.


촬영 : 최창주 동아닷컴 객원기자

6경기에서 22타수 8안타(타율 0.364)에 2홈런 4타점을 올린 김재현이 기자단 투표 76표 가운데 65표를 얻으며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김재현은 “시즌 초 선발 타순에서 제외될 때는 선수생활을 관둘 생각까지 했지만 끝까지 밀어 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어제 생일이었는데 동료들에게 우승을 선물로 달라고 했다. 최고의 선물을 받아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인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약팀 전문감독 꼬리표 뗀 ‘김성근 매직’▼

“두산이 올라올 것은 진작 예상했다. 2002년 LG 시절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절대 무리수를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시리즈를 대비했다.”

‘야구의 신’으로 불리면서도 정상에 오른 경험이 없던 SK 김성근(65) 감독이 사령탑 16시즌 만에 결국 우승 헹가래를 받았다.

김 감독이 처음 프로 감독을 맡은 것은 OB(현 두산) 시절인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42세였던 김 감독은 이후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를 거치며 환갑을 넘겼다. 전년도 꼴찌였던 팀을 수차례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은 그였지만 유난히 우승 운은 없었다. ‘약팀 전문 감독’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도 붙었다.

김 감독은 2002년 정규시즌 4위 LG를 한국시리즈까지 진출시켰다. 그것이 김 감독에게 첫 한국시리즈 무대이자 다시 야인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그는 준우승을 했지만 계약 기간을 못 채운 채 중도 해임됐다.

김 감독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김 감독이 지나간 팀은 몇 년간 풀도 나지 않는다’는 말은 그의 업적을 인정하지 않는 쪽이다. 1989년 김 감독이 전년도 꼴찌 태평양을 맡았을 때 선수들은 그의 혹독한 훈련 방식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겨울 오대산에서 팬티 바람의 선수들을 얼음물 속으로 밀어 넣던 모습은 한동안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반면 컴퓨터를 방불케 하는 데이터를 앞세워 치밀한 작전 야구를 구사하는 김 감독을 인정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야구의 신’으로 통한다.

지난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뒤 변화와 개혁을 내세운 SK는 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SK 신영철 사장은 “조범현(현 KIA) 감독도 잘했지만 변화의 상징으로 새 인물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과거 김 감독은 프런트가 어려워하는 대표적인 감독이었다. 가는 팀마다 불화가 생겼고 떠나는 쪽은 감독이었다. 하지만 SK는 김 감독에게 전권을 위임했고 김 감독은 기대에 부응했다.

김 감독은 “홈에서 1, 2차전을 연패하는 바람에 (징크스로 여기고) 오늘 원정 유니폼을 입었다. 그래서 헹가래를 받을 때 잠바를 벗지 못했다”며 천진난만하게 웃고는 “진지하게 야구를 해 준 김재현을 비롯해 공동체 속에서 제 역할을 다한 선수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6차전 (SK 4승 2패·문학)
두산1000000012
S K00300002×5
[승]채병용(선발·1승 1패) [패]임태훈(선발·1패 1세) [홈]정근우(3회 2점·1호) 김재현(3회 2호·이상 SK)

인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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