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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7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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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내 친구!…SK 용인 숙소
SK 문경은(36) 플레잉 코치는 요즘 밤마다 컴퓨터 앞에 앉는다. 코트에서는 여전히 최고의 3점 슈터지만 온라인 게임 실력은 아직 식스맨급에도 못 미친다. 문 코치가 뒤늦게 온라인 게임에 빠진 이유는 후배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다.
남자 농구팀 숙소는 2, 3년 사이에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훈련이 끝나면 숙소를 빠져나가 술을 마셨지만 요즘 그런 일은 거의 없다.
경기 용인시 양지면에 있는 SK 체육관. 한 건물에 숙소까지 있어 이곳에서 훈련하고 먹고 자고 쉰다. 지난해 10월 시즌을 시작한 뒤 벌써 4개월째 합숙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매일 숙소에서 생활하지는 않는다. 시즌 중이라도 2, 3일 경기가 없으면 유부남은 보통 집으로 간다. 미혼 선수들은 개인 스케줄에 따라 남거나 떠난다.
선수들이 자는 방은 체육관 2, 3층에 있다.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은 혼자 방을 쓰지만 선수 모두 그러기에는 방이 부족하다.
독방 8개는 용병 2명과 고참 5명이 쓴다. 간판 슈터인 방성윤은 한참 후배지만 독방을 차지했다. 나머지는 2인 1실로 고참 1명과 후배 1명이 함께 잔다. 빨래 청소 등 예전에 후배가 했던 일들은 미화원이 해 주기 때문에 선후배 간에 별로 신경 쓸 일이 없다.
저녁 식사 후. 선수 대부분이 자기 방으로 들어가 미니 홈페이지를 보거나 온라인 게임을 한다. 키부 스튜어트와 루 로 등 용병들도 인터넷 검색에 열중한다. 스튜어트는 “쉬는 날에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외식을 즐긴다. 이태원에 있는 바에 가서 다른 팀 용병들과 만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 코치를 비롯해 몇 선수는 사우나에서 땀을 뺀 뒤 트레이너에게 물리치료와 마사지를 받았다. 같은 시간 체육관에서는 후보 선수들이 슈팅 연습을 하고 있다.
선수들과 늘 함께 지내는 허남영 주무는 “선후배 간의 불합리한 군기 잡기도 사라졌지만 끈끈한 정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프로농구 10년째. 숙소 풍경도 변했다.
화장 대신 수다!…신한은행 안산 숙소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 안산시 와동에 있는 신한은행 체육관. 이영주 감독의 호령이 체육관을 울린다. 개막 후 7연승을 달리다 이틀 전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 시즌 첫 패배를 당했던 터라 코트에는 비장감마저 흐른다. 경기를 할 때마다 피를 말릴 정도로 긴장할 텐데 매일 이렇게 지내면 어떻게 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오전 훈련을 마친 뒤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탄 선수들의 얼굴엔 웃음이 흘렀다.
신한은행 체육관에는 숙소 시설이 없다. 선수들은 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아파트 몇 개 층을 빌려 거기에서 먹고 쉬고 잔다. 방이 4개가 있는데 큰방은 2명이 함께 쓰고 나머지는 혼자 쓴다. 고참들은 주로 혼자 자고 후배들은 2인 1실을 사용한다. “어, 오늘 장 섰다!”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온 이연화(24)와 김연주(21)가 소리쳤다. 저녁에는 시장으로 떡볶이를 먹으로 나갈 거라고 했다. 2∼3주에 한 번씩 집에 가는 것을 빼면 시즌 중에는 특별히 바깥에 나갈 시간이 없다. 이왕 나온 김에 근처 할인점에 들어갔다. 관심 있게 본 것은 세안도구, 화장품, 액세서리 코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또래보다 일찍 ‘취직’을 해 프로 선수로 활동하지만 아직은 소녀티가 남아 있다.
다시 체육관으로 가서 오후 연습. 선수들의 얼굴은 어느새 ‘체육관 모드’로 변해 있다. 흠뻑 땀을 흘린 뒤 찾은 곳은 숙소 근처 목욕탕. 주로 냉탕에 모여 앉아 뭉친 근육을 푼다. 가족, 남자친구, 연예인…. 얘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밤늦은 시간. 개인 훈련을 마친 선수들이 물리치료실에 모였다. 치료도 받지만 함께 모여 TV를 보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이다. 훈련 때는 별 말이 없던 하은주(24)도 부지런히 대화에 동참한다. 김분좌(27)는 “2, 3년 전만 해도 위계질서가 확실했는데 요즘은 후배들이 막 대들고 장난도 친다”며 웃었다. ‘얼짱’으로 유명세를 치른 김연주는 “주로 벤치만 지키는데 얼굴 얘기 나오면 창피하다”고 말했다.
다음 날 아침. 오전 훈련 전에 세수를 한 유일한 선수는 김연주였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유동열(고려대 사회학과 3학년), 이유진(서울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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