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동계U 쇼트트랙 1500m 우승

  • 입력 200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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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3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쇼트트랙 여자 1500m 시상식.

우승자인 김혜경(24·성신여대 4년·성남시청소속·사진)은 자신의 생애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며 기쁨을 만끽했지만 마음 한구석엔 아쉬움이 남았다. 서울 집에 있는 부모에게 기쁜 소식을 전할 방법이 없었다.

그의 부모는 두 사람 다 청각장애가 심해 전화로는 소식을 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평소 부모와는 수화로 의사소통을 한다.

28일부터 시작하는 중국 창춘 동계아시아경기 때문에 한국은 이번 대회에 국가대표 1진이 아닌 2진급 선수들이 참가했다. 현 국가대표 1진 여자 선수의 평균 나이가 20세임을 감안할 때 24세의 대학 졸업반인 그에게 이번 대회는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사실상 마지막 대회.

장애인 부모를 모시고 집에서 가장 노릇도 해야 하는 그에겐 말 못할 아픔이 많았다. 정신여고 1학년 때인 2000년 전국 동계체육대회 2관왕에 올랐고 2003년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딴 기대주였지만 집안 사정으로 여러 차례 운동을 중단하는 바람에 끝내 국가대표 1진이 되지는 못했던 것.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김혜경은 주위의 도움으로 운동만은 계속할 수 있었다. 당시 권영철 코치는 돈을 거의 받지 않고 김혜경을 지도했고 성남시청은 2년 전 빙상팀을 새로 창단하면서 김혜경에게 실업 선수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덕분에 김혜경은 학업을 병행하면서 월급도 받을 수 있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선수 등록 규정상 대학에 적을 둔 선수는 실업팀에서 뛰지 못하지만 연맹도 김혜경의 사정을 헤아려 예외를 인정해 줬다.

국가대표 정은주(19·분당 서현고)는 “그래도 언니는 항상 밝고 씩씩한 우리의 ‘왕언니’”라며 “이번 대회에서 아주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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